
[더팩트ㅣ대전=선치영·정예준 기자] 여야 4대 4 동수인 대전시 대덕구의회가 원 구성을 아직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파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또다시 상대방을 향해 책임을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조례가 정한 절차에 따라 표결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반복된 표결보다 여야 간 합의가 먼저"라며 맞서고 있다.
원 구성 정상화를 위한 협의 필요성에는 양측 모두 공감하면서도 '표결이 먼저냐, 합의가 먼저냐'를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주도권 다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대덕구의회 의원들은 19일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의는 협치의 과정이고, 표결은 민주주의의 절차"라며 국민의힘에 본회의 표결 참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대덕구의회 기본조례에 의장과 부의장을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후보 등록과 표결을 통해 원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과 본회의 표결까지 멈춰 세워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미 두 차례 임시회에서 1·2차 투표를 거쳐 총 5차례 표결이 이뤄졌지만 선택받지 못한 후보를 별도의 협의 없이 다시 등록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대덕구의회 의원들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4대 4 동수의 상대 당과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같은 결과가 예상되는 후보 등록과 표결을 반복하기보다 4대 4 동수라는 구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협치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충북 제천시의회를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민주당은 제천시의회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7석씩 동수였음에도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가 투표하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나눠 맡은 점을 들며 "협치란 표결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고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천시의회 역시 표결에 앞서 여야가 대화하고 양보해 원 구성에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라며 민주당과의 사전 협의를 재차 요구했다.
결국 양측 모두 제천시의회를 협치의 사례로 들면서도 '협치의 출발점'에 대한 해석은 정반대인 셈이다.
민주당은 규정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 협치라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여야가 권한을 나누기로 합의하는 것이 협치의 전제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덕구청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만큼 의회에서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의장을 맡아 집행부를 견제·감시하고 민주당은 책임 있는 협력에 나서는 것이 견제와 균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특정 정당의 의장직을 사전에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표결 결과를 미리 정해놓자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후보를 반드시 의장으로 선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8명의 의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조례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구성 파행에 대한 책임을 의식한 듯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 정상화 전까지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 보수에 상당하는 금액을 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밝히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 구성이 장기화하는 데 대해 구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여야가 함께 권한을 나누고 원 구성을 마무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와 협의에 언제든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화하자'는 말 뒤에는 서로 다른 전제조건이 놓여 있다. 민주당은 후보 등록과 표결을 전제로 협의하자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의장단 구성에 대한 사전 합의가 이뤄진 뒤 표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10대 대덕구의회는 개원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원구성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누가 양보해야 하느냐'를 놓고 책임 공방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구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어느 정당이 의장직을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양측이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는 현재의 대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과 '합의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사이, 정작 의회가 해야 할 일은 또 뒤로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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