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기록 너머 '사람의 역사'를 만나다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100여 년 전 울릉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처럼 관광객이 몰려들고, 여객선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 울릉도가 아니었다. 험준한 산과 깊은 골짜기,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주민들의 삶이 울릉도의 일상이었다.
그 시간을 담은 희귀한 사진들이 100여 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부터 2027년 2월 12일까지 서면 태하리에 있는 울릉군 수토역사전시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울릉도, 1919'는 단순한 옛 사진 전시가 아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은 사라진 풍경을 복원하고, 기록되지 않으면 잊힐 뻔했던 울릉도 사람들의 삶을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역사적 증언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야쓰이 세이이쓰의 미공개 사진과 조사 자료는 당시 울릉도의 자연과 마을, 유적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진 속 울릉도는 낯설지만 또 한편으로는 놀랍도록 생생하다.
지금은 도로가 놓이고 건물이 들어선 곳에 당시에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마을에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주민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바다와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사람'이다.
역사에서 흔히 유적과 건축물, 행정기록은 오래 살아남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쉽게 사라진다. 누가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계를 이어갔는지, 마을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공식 기록에서조차 주변부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진전은 울릉도의 역사를 '유적의 역사'에서 '사람의 역사'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기록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중해야 한다.

1919년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라는 식민지배의 맥락에서 생산된 자료인 만큼, 당시 조사자의 시선과 식민주의적 인식이 사진과 기록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록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역사적 진실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일이다.
일제가 무엇을 조사했고 무엇을 기록했는지를 살펴보는 동시에 그 기록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울릉도 사람들의 목소리와 삶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사진 속에 찍힌 주민을 '조사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당시 울릉도를 살아낸 '역사의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과거를 미화하는 전시가 아니라 과거를 제대로 읽기 위한 전시여야 한다.
100여 년 전 사진 속 울릉도의 풍경은 이제 대부분 변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진 한 장이 남긴 집과 길, 산과 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은 울릉도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삶을 일구어온 생활의 공간이었음을 말해준다.
오늘날 우리는 울릉도를 독도와 함께 대한민국의 동쪽 끝을 상징하는 섬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울릉도의 가치는 국토의 끝이라는 상징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곳에는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있다.

이번 전시가 남기는 가장 큰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울릉도의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
100여 년 전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긴 울릉도는 이제 역사 속 사진이 됐다. 그러나 그 사진을 바라보는 오늘의 시선에 따라 사진의 의미는 달라진다.
풍경만 볼 것인지,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간 사람을 볼 것인지.
식민지배의 기록으로만 볼 것인지, 그 기록을 넘어 울릉도의 고유한 역사와 가치를 읽어낼 것인지.
'울릉도, 1919'가 던지는 진짜 의미는 어쩌면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세기 전 울릉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묻는 것은 과거가 아니다.
우리가 오늘의 울릉도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모습으로 미래에 남길 것인가 하는 현재의 책임이다. 100여 년 전의 사진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이유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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