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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고담시 성벽' 같은 포항시청 앞 거대 아파트…50만 시민 억장 무너진다
공급 과잉에 자산 가치 '반 토막'…행정 컨트롤타워 붕괴

포항시 남구 대잠동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아파트'가 영화 '배트맨 고담시'의 거대한 성벽을 연상케 하면서 시민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포항시 남구 대잠동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아파트'가 영화 '배트맨 고담시'의 거대한 성벽을 연상케 하면서 시민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경북 포항 시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쳐다볼 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히는 거대한 마천루 아파트 단지 때문이다.

공급 과잉으로 매매는 어렵고, 집값은 폭락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 건너편에 한창 건설 중인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아파트.

영화 '배트맨' 고담시의 거대하고도 괴이한 성벽을 연상케 한다.

30m 언덕 위에 짓고 있는 33~35층 고층 아파트 19개 동(2667세대)의 모습이다.

공룡 같은 위압적인 풍광 때문에 인근 주민들뿐 아니라 일대를 오가는 차량 운전자들조차 답답함을 호소한다.

지난 2010년 분양 당시부터 15년간 인접 A 아파트에 살았던 B 씨(53)는 최근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답답해진 전망 때문에 이사를 가려 했으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았다.

결국 B 씨는 올해 초 A 아파트를 비워둔 채 인근 유강의 C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이사 갔다. 하지만 이곳 아파트 역시 상당수가 비어 있었다.

최근 10여 년간 포항시에는 아파트 정책이 완전히 실종됐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로 인해 현재 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포항 도심 미관의 최대 흉물이 된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아파트의 경우 건설 시작 전 포항시의 각종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포항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풍광에는 분명히 문제가 많다"면서도 "모든 건설 허가 요건을 충족했고 경관심의위원회도 통과했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포항시에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가 넘쳐 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산 손실도 천문학적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양덕동의 2994세대 현대 힐스테이트 대단지. /박진홍 기자
포항시에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가 넘쳐 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산 손실도 천문학적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양덕동의 2994세대 현대 힐스테이트 대단지. /박진홍 기자

최근 포항 아파트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거래가 마비됐을 뿐 아니라 매매가가 2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각 가구당 3000만~5000만 원씩 폭락한 상태다.

포항시 전체 아파트 12만여 세대의 자산 손실을 고려하면 전체 폭락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에 달한다.

만약 인플레이션과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인한 상대적 가치 하락을 더하면 10년 전과 비교해 실질 시세는 '반의반 토막'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종된 도시계획 컨트롤타워…도덕적 해이까지

지역 건설업계는 이 같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잘못된 도시계획을 지목한다.

과거 박승호·이강덕 전 시장 시절 설정된 과도한 목표 인구수를 바탕으로 도시계획이 입안됐다는 것이다.

실제 인구 50만 명 선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85만 명·72만 명 수치가 각각 유지됐다.

이로 인해 대규모 아파트 과잉 공급이라는 거센 역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재 포항에는 아파트 1만 세대 이상을 더 짓는다고 한다.

포항시에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마비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포항시에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가 넘쳐 나고 있는 가운데 흥해읍 한동대 인근에 조성 중인 대단위 아파트 기업혁신파크 공사 현장. /박진홍 기자
포항시에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가 넘쳐 나고 있는 가운데 흥해읍 한동대 인근에 조성 중인 대단위 아파트 기업혁신파크 공사 현장. /박진홍 기자

법적 책임을 묻기가 애매한 영역에서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상은 건설업체와 관련 공무원, 그리고 포항시 각종 건설 심의위원회 위원들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로 보이지만 포항시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늦었지만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또 포항 50만 명 시민들의 한을 푸는 살풀이가 벌어져야 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도마 위에 오른 아파트에 대한 수사를 벌여 만약 불법 사실이 있다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최소한 포항시는 '고담시 성벽 논란'에 휩싸인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을 허가해 준 각종 심의위원에게는 그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이들 간의 유착 관계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촉구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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