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예 정신 바탕…첨단산업과 농업·복지 균형 잡는 AI 추진"

[더팩트ㅣ내포=김형중·노경완 기자] "정치가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라면, 행정은 결과를 만드는 일입니다. 국회의원 시절엔 토론과 설득의 시간이 있었지만, 도지사의 결정은 곧바로 도민의 삶으로 직결됩니다. 그래서 매 순간이 무겁고 두렵습니다."
<더팩트>가 4일 박수현 충남도지사를 만났다. 취임 한 달을 맞은 박 지사의 표정에는 영광보다 책임감의 무게가 더 크게 묻어났다. 하루가 한 달 같고, 한 달이 하루 같았던 날. 취임 첫날 폭우 현장으로 달려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행정의 근본을 다진 박 지사는 이제 충남의 체질을 바꿀 거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박수현 지사가 그리는 민선9기 충남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바로 '성장의 열매를 도민에게 돌려주는 도정'이다.
◇"AI는 산업만 키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민선9기 도정의 핵심 비전으로 '충남형 AI 대전환'을 제시하며 "AI 수도 충남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야 할 새로운 AI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박 지사가 내세운 충남형 AI는 기존 지방정부들이 강조해 온 AI 산업 육성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전국 시·도지사들이 AI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산업혁신과 로봇, 반도체를 말하지만 정작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DX) 시대에도 사람이 소외됐는데, AI 전환(AX) 시대에 또 사람을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격차가 생긴다"며 "충남은 산업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AI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충남형 AI의 핵심으로 '3대 균형'을 제시했다.
첫째는 산업과 사람의 균형이다. AI가 기업 경쟁력만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복지·생활 서비스까지 연결돼 도민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의 균형이다. 그는 "천안·아산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만 AI를 입는 것이 아니라 농업, 축산업, 수산업까지 AI가 적용돼야 한다"며 "이것이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이다. 박 지사는 "대기업은 하지 말라고 해도 AI 전환을 할 역량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충남도가 중소기업 AI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 가지 균형을 모두 담은 AI 정책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며 "11명의 AI 전문가들로부터 '반드시 성공해야 할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시골 노부부가 병원 가는 문제 해결하는 것이 AI"
박 지사는 충남형 AI가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농촌 의료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공주의 한 농촌마을에 사는 80대 부부가 병원에 가려면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와 병원이 열릴 때까지 두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고, 귀가 버스는 오후 4시 한 대뿐"이라며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와 자율주행, 의료 데이터를 결합하면 호출한 자율주행 차량이 집 앞으로 와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고 병원 예약 상황까지 확인해 가장 적합한 병원으로 이동시킨 뒤 다시 집까지 모셔다드리는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지사는 "AI는 로봇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이런 불편을 해결하는 기술이어야 한다"며 "현대자동차와 순천향대병원 등과 함께 이러한 모델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효예 정신 없이 AI만 외치면 사상누각"
박 지사는 민선9기 첫 결재가 AI 정책이 아니라 '충효예 충청정신' 선양 사업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각에서 'AI를 강조하면서 왜 첫 결재가 충효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는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최첨단 AI 수도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충효예 정신을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AI 시대일수록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정신적 토대 없이 첨단기술만 쌓는 것은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그는 "충청정신은 지속가능한 충남형 AI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라며 "AI와 충효예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산업 성장의 그늘…성장의 총량보다 도민의 삶이 우선"
충남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대한민국 제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박 지사는 "산업 규모만큼 도민의 삶이 나아졌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천안·아산 중심의 북부권은 성장하는 반면, 남부권과 서해안은 청년 유출과 지역 경제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박 지사는 "민선9기는 성장의 총량에 연연하기보다 성장의 결과를 도민의 소득과 일자리, 의료·교육·문화로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며 "균형 발전은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다. 지역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특화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권역별 발전 전략은 명료하다.
천안·아산 지역은 AI 및 반도체 중심 첨단산업, 서해안은 수소·해상풍력 등 미래 에너지 산업, 공주·부여 지역은 역사 문화 및 농생명, 논산·계룡 지역은 국방산업 등이다.
이와 함께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정주 정책을 통해 청년이 떠나지 않고 찾아오는 충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작은 진심이 도정을 움직인다"
박 지사는 자신의 도정 운영 철학도 소개했다. 그는 민선8기 김태흠 전 지사의 '힘쎈 충남'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지시했고, 취임 당시에는 '김태흠 지사님 지난 4년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새 캐치프레이즈인 '통하는 충남, 도민과 함께' 역시 전임 도정을 지우기보다 좋은 정책은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노인회와 보훈단체장을 공식 행사에서 도지사와 함께 입장시키고 의전 순서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박 지사는 "정치는 국민 눈높이를 말하지만 사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진심"이라며 "그 작은 진심이 정책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참여를 낳고, 참여가 결국 도정을 함께 밀어가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남형 AI도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정책"이라며 "산업 경쟁력과 사람, 전통과 첨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AI 모델을 충남에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잘못은 바로잡고 좋은 정책은 계승…'통하는 충남' 만들 것"
최근의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설명했다.
그는 "인사는 권한이자 책임 역시 도지사에게 있다"며 "실력, 도덕성, 통합 세 가지 기준 아래 전문성과 성과, 청렴성만을 보고 판단하겠다. 잘못된 판단은 숨기지 않고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에 대해서는 "홍보 수단이 아닌 도정을 바로잡는 비판적 동반자"로 정의하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논란 역시 직접 설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임 도정의 정책이라도 도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면 주저 없이 이어갈 것입니다. 잘못은 숨기지 않고 고치며 도민과 공직자가 다 함께 마음을 터놓고 밀어가는 '통하는 충남'을 만들겠습니다. 정치인 박수현이 약속했다면, 행정가 박수현은 손에 잡히는 성과로 증명해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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