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광양=김영신 기자] "마루 밑에 정말 항아리가 있어요."
24일 전남광주시 광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 학생들이 작은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며 오래된 한옥을 완성한다. 지붕을 올리고 마루를 열자 작은 항아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단순한 퍼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가 국문학자 정병욱 가옥 마루 밑 항아리 속에 숨겨져 있던 역사를 입체퍼즐을 통해 확인하는 체험형 역사 교실이다.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광양지회(이하 광양참학)가 지난해 '광양 중흥산성 삼층석탑'에 이어 올해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을 3D 입체퍼즐로 제작했다. 지역 국가 유산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체험하며 배우는 교육 콘텐츠로, 학교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퍼즐의 배경이 된 정병욱 가옥은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 자리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이곳은 윤동주의 육필 원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안전하게 보존된 역사적인 공간이다.
이번 입체퍼즐은 단순히 건물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이 조립을 완성해 가며 역사 속 이야기를 직접 발견하도록 '세 가지 보물'을 숨겨 놓아 흥미를 더했다.
첫 번째 보물은 마루 밑에 숨겨진 항아리다. 실제로 윤동주의 육필 원고가 명주 보자기에 싸여 마루 밑 독 속에 보관됐던 역사를 담았다. 두 번째는 지붕 위에서 찾을 수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문구다.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했던 시집이 오늘날 우리 곁에 남게 된 의미를 상징하고 있다. 세 번째는 퍼즐 속에 담긴 윤동주와 정병욱 두 사람의 흑백사진이다. 학생들은 두 청년의 우정을 새기고, 우리말과 문학을 지켜낸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다.
광양참학의 지역 국가유산 교구 제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광양 중흥산성 삼층석탑' 입체퍼즐을 개발, 학교와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지역 문화유산을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교육 방식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역사 이해를 돕는다는 평가다.

실제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입체퍼즐을 조립한 광양백운초 5학년 양서린 학생은 "교과서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원고가 어떻게 숨겨졌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며 "직접 퍼즐을 만들면서 마루 밑 항아리를 찾아보고, 지붕 위의 시집 제목과 두 분의 사진을 찾아보니 이해가 더 잘됐다"고 말했다.
이희정 광양참학 사무국장은 "퍼즐은 단순한 만들기 교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몸으로 배우는 교육 도구"라며 "학생들이 유고보존가옥 입체퍼즐 맞추기를 통해 국문학자 정병욱 선생과 윤동주 시인의 삶을 오래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교실 속으로 옮긴 작은 퍼즐 한 세트. 아이들은 퍼즐을 맞추는 손끝에서 역사를 배우고,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를 하나씩 발견하고 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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