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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군, '기억행복문열기 마음학교' 졸업식 개최…10주간의 특별한 여정 마무리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 우울감 예방, 공동체 회복 도움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어르신들이 지난 8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기억행복문열기 마음학교' 졸업식에서 졸업가운을 입고 꽃다발과 졸업장을 든 채 환한 미소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치유와 공동체 유대감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고령군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어르신들이 지난 8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기억행복문열기 마음학교' 졸업식에서 졸업가운을 입고 꽃다발과 졸업장을 든 채 환한 미소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치유와 공동체 유대감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고령군

[더팩트ㅣ고령=정창구 기자]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하게 살아왔다고만 생각했는데…내 인생도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였네요."

말을 잇지 못한 어르신의 눈가가 어느새 붉어졌다. 손에 꼭 쥔 졸업장을 바라보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옆자리에 앉은 이웃들은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지난 8일 고령군 다산면 노곡리 마을회관에서 군이 추진하는 '다산면 건강마을조성사업'​의 하나인 '기억행복문열기 마음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현장은 한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르신들의 웃음과 눈물로 가득 찼다.

지난 4월 시작된 마음학교는 10주 동안 이어졌다. 교과서는 없었고, 시험도 없었다. 대신 삶이 교재였고, 추억이 수업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 주 한 주 기억의 문을 열 때마다 잊고 지냈던 시간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전쟁과 가난을 견디며 자식을 키운 이야기, 먼저 떠난 배우자를 향한 그리움, 미처 전하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이 담담한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며 머뭇거리던 어르신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삶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함께 웃었고, 누군가의 사연에는 말없이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낯설었던 마음은 어느새 이웃의 위로가 됐고, 마을회관은 작은 상담실이자 따뜻한 가족이 됐다.

졸업식에서는 프로그램 동안 남겨온 사진과 기록들이 한 장씩 소개됐다.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어르신들은 마치 오래된 앨범을 넘기듯 지난 시간을 되새겼다.

한 어르신은 "평범하게 살아온 내 인생도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사진을 보는 내내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고령군은 이번 프로그램이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은 물론 우울감 예방과 공동체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주민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람들은 흔히 졸업을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한다. 노곡리 어르신들에게도 이날은 또 다른 출발이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묵묵히 살아온 시간이 비로소 존중받고, 스스로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게 된 날이었다.

졸업장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을 견뎌온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날 마을회관을 채운 가장 큰 선물은 "당신의 삶은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라는 따뜻한 위로였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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