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울릉도 밤바다를 수놓은 집어등 불빛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지만 정작 조업에 나선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어화(漁火)' 이면에는 극심한 오징어 조업 부진과 생활고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해질 무렵 울릉도 연안에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하나둘 집어등을 밝히며 밤샘 조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울릉읍 와달리 앞바다에는 11척, 북면 천부 앞바다에는 1척의 어선이 출어해 울릉 연안을 환하게 비췄다.
집어등 불빛이 만들어낸 '어화'는 본격적인 관광 성수기를 맞아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울릉 팔경'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장관을 선사했다. 그러나 화려한 불빛과 달리 어민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밤샘 조업을 마친 어선들은 29일 새벽 항구로 돌아왔지만 어창은 사실상 비어 있었다. 선박마다 잡아온 오징어는 횟감용 기준 겨우 1~2급 수준에 그쳤다. 1급이 20마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조업 성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한 어민은 "밤새 비싼 기름을 써가며 집어등을 밝혔는데 잡은 건 오징어 몇십 마리가 전부였다"며 "선박 운영비는커녕 기름값조차 건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울릉도 연안에서는 오징어 어획량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어민들의 생활고도 심화되고 있다. 출어를 반복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역 어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볼거리인 울릉도의 '어화'가 정작 어민들에게는 빚과 한숨을 떠안기는 상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 어민들은 유류비 지원 확대와 어업 피해 대책 마련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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