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넘어 삶을 이어 준 '열정의 키워드'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나경아 씨(47)의 직업은 약사였다.
부부 약사, 안정된 수입, 경제적인 여유, 겉으로는 안정되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그였지만 어느 날부터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
내면 깊숙이 드러내지 않고 묻어 두었던 어린 날의 힘든 시간이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린 그를 불러냈다.
아홉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10여 년, 그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삼촌을 돌봐야 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삼촌의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받아냈다.
한창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 철없을 나이였으나 그냥 그렇게 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삼촌은 그런 조카가 안쓰러워 불편한 몸을 무릅쓰고 그의 공부를 도왔고, 약학대학에 진학해 약사가 됐다. 이후 같은 직업의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내 삶인데, 내가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끊임없이 억누르고 참고 지내온 시간 속에서 어느 순간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고, 의욕과 식욕도 사라졌다. 이유 없이 몸도, 생각도 모두다 가라앉는 날들이 이어졌다. 숨이 막혔다.
그는 결국 쳇바퀴 도는 듯한 무기력한 일상을 멈추기로 했다. 약국을 남편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타가 익숙해지자 6년 전 순천 동천에서 '나홀로 버스킹'을 시작했다.
'꾸준함이 성공을 부른다'. 어느 날 마주한 이 문장은 그를 늘 같은 자리에서 노래하게 했고, 그런 꾸준함으로 '나경아'라는 이름을 지역에 알릴 수 있게 됐다.
힘들어서 잠깐 '나쁜 생각'을 하기도 했던 그는 노래로 자신의 내면을 가다듬고 어린 시절 해묵은 상처를 치유했다.

살기 위해 약국을 뛰쳐나와 시작한 '나홀로 버스킹'은 이제 지역 곳곳의 무대로 이어지고 있다.
통기타를 치며 7080 애창곡부터 트로트, 팝송까지 소화하는 그는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가수다.
무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노래할 수 있는 곳이면 만사 제치고 달려간다.
그에게 노래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을 이어가게 한 '열정의 키워드'가 됐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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