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봉화=김성권 기자] 이른 아침, 봉화군 들녘에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분주해진 농민들의 발걸음 사이로, 조금은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허리를 숙여 밭두렁을 살피고, 풀숲 사이를 뒤지며 무언가를 주워 담는 사람들.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농촌지도자 봉화군연합회 회원들이다.
손에는 낡은 비닐봉지, 그 안에는 버려진 농약 빈 병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바람에 날려온 듯한 폐비닐까지 놓치지 않는다. 한 병, 두 병…그렇게 모인 것들이 어느새 트럭 한 대를 채운다.
지난 8일 한국환경공단 봉화중간처리사업소 앞에는 농약 빈 병과 폐비닐을 가득 실은 1톤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그 수만 무려 15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각 읍면을 중심으로 이어진 꾸준한 수거 활동, 그리고 회원들의 묵묵한 실천이 쌓여 만들어낸 성과다.
현장에서 만난 회원들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농약 빈 병은 농촌 곳곳에서 쉽게 발견되지만, 실제 수거와 처리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방치될 경우 토양과 수질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손길은 단순한 정리를 넘어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이날도 회원들은 바쁜 농사일을 잠시 미뤄두고 들녘을 누볐다. 누군가는 논둑에서, 누군가는 밭 가장자리에서 허리를 굽혔다. 햇볕은 점점 따가워졌지만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작은 실천이지만,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창모 회장은 트럭에 실린 수거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농약 빈 병 수거는 작지만 반드시 필요한 실천입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야 농촌이 깨끗해지고, 그 환경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물려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손길은 어느새 마을을 바꾸고 있었다. 버려진 빈 병 하나를 줍는 일,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봉화의 들판을 조금 더 깨끗하게, 그리고 조금 더 오래 지켜낼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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