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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학교급식법 개정, '약자 간 싸움' 끝낼 첫 단추 될까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3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학교급식법 일부재정법률안이 가결되자 급식 노동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국회 남용희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31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학교급식법 일부재정법률안이 가결되자 급식 노동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국회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지난해 반복된 대전지역 학교급식노동자 파업 사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전시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오랜 기간 교섭을 이어왔지만 인력 부족과 노동 강도, 임금과 처우 문제를 두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걸어왔다.

그 누적된 갈등이 파업으로 표출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 또한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의 양상은 흔히 말하는 '강자 대 약자' 대립과는 결이 다르다.

교육청은 한정된 예산과 제도적 제약 속에서 움직이고 있고 급식노동자들은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구조 속에서 약자들이 서로 맞서는 '약자 간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일부개정안은 이러한 갈등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제도적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학교급식을 단순한 행정 지원이나 복지 서비스가 아닌 '교육의 일부'로 규정했다.

급식이 학교 운영의 부수적 영역이 아니라, 공교육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점을 법적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조리사와 조리실무사 등 급식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이들을 학교 구성원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반복돼 온 역할과 책임의 모호성을 제도적으로 정리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와 교육청이 급식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고온·중량·반복 노동에 노출된 급식 현장 특성을 법에 반영했다.

특히 조리사 1인당 적정 급식 인원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이를 토대로 시·도교육청이 인력 배치 기준을 수립하도록 한 조항은 이번 개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는 노조가 계속 요구해 온 인력 문제를 제도 개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변화는 대전시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가 오랫동안 이어온 평행선 교섭 구도에 일정 부분 변화를 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력 기준과 안전 문제처럼 법과 제도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쟁점에서는 이번 개정을 계기로 논의 여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이 대전 급식 파업의 해법을 모두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파업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임금과 처우 문제는 이번 개정안에 직접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법은 급식노동자의 역할과 보호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임금 수준과 수당, 호봉 체계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교육청과 노조의 교섭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임금 교섭에 대해서는 해결이 요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번 개정은 '약자 간의 싸움'을 당장 끝낼 해답이라기보다는 갈등을 봉합할 첫 단추에 가깝다.

제도 개선으로 풀 수 있는 문제에서는 평행선을 다소 완화할 여지가 생겼지만 재정과 처우가 걸린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법은 이미 바뀌었다. 관건은 법 이후 선택이다.

특히 한 달 뒤 개학을 맞게 되는 학교 현장을 고려하면 파업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동시에 급식 현장을 지탱해 온 노동자들 역시 더 이상 건강을 해치며 버티는 구조 속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전 급식 파업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과 노동 안전이 동시에 지켜질 수 있는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이 그 해법을 향한 첫 단추가 될 수 있을지 이제 그 답은 행정과 교섭의 몫으로 남아 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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