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정예준·노경완 기자]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와 관련 "의회 권한이 배제된 통합은 이름만 통합일 뿐, 실질은 중앙집권의 재포장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과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 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시대적 과제"라며 "현재 추진 방향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이나 자치권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 의회는 통합선언 이후 특별위원회 구성,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오며 통합에 동의해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광역통합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한시적으로 배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형식적이고 의존적인 분권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지역이 스스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구조적 권한 이양 없이는 통합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전·충남이 혁신산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하고 그 성과가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폭적이고 구조적인 권한 이양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72대 28에 머무는 현 구조로는 지방 소멸 대응이나 전략산업 육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의장은 "중앙정부의 단기 보조금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며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기관으로서 통합 특별시의회의 지위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두 의장은 "지방의회는 헌법이 보장한 필수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법은 여전히 관선자치 시기의 제도적 틀에 머물러 있다"며 "중앙 행정부의 사전 통제와 집행기관장의 조직·인사 통제가 중첩된 구조 속에서 의회의 독립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논의 중인 특별법안이 특별시장의 권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대해 "통합 이후 권력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위험한 설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시 출범이 주민 권한 확대가 아니라 권력 집중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며 구조적 모순을 이번 특별법에서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두 의회는 △특별시의회의 법적 지위를 입법기관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현행 10%에서 20%로 확대해 견제 기능을 강화할 것 △의회의 조직·예산권을 중앙정부와 특별시장으로부터 독립시킬 것 △통합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한 경과규정을 특별법에 명문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조원휘 의장과 홍성현 의장은 "통합 특별시의회가 형식적인 기구가 아니라 주민 통합과 삶의 질 향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 한켠에는 대전·충남 통합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피켓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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