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은 통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개편의 담론과 논의 속에서 유독 자주 빠지는 단어가 있다.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불리지만, 이번 행정통합 논의에서는 당장의 정치적 성과와 경제적 명분에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지난 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통합·충청발전 특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자회견 질의 과정에서 행정통합이 교육자치에 미칠 영향과 훼손 우려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지만, 민주당 측의 답변은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들겠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이는 교육자치가 아직 통합 논의의 출발선에조차 오르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중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교육자치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지방분권과 교육자치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통합 논의에서 교육자치는 핵심 의제가 아니라 부차적인 검토 사항으로 취급되고 있다.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구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준비 부족이 아니라, 통합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교육이 의도적으로 밀려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입법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대표 발의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행정 체계 개편과 경제·산업 구상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고 완성도 또한 높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교육자치에 대한 조문은 옥에티에 가깝다.
이 법안의 제54조 문항을 들여다보면 교육감 선출 방식을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방식과 기준, 원칙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교육감 선출 방식은 교육자치의 핵심이다. 주민의 선택을 통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도 이 특별법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자치의 근간을 향후 정치적 판단에 맡겨두고 있다.
직선제 유지 여부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변경 가능성만 열어둔 조문은, 교육자치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기보다 언제든 조정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장치에 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전과 충남의 교육 환경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조차 통합 논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전은 도시를 기반으로 한 도시형 교육 수요가 두드러지는 반면 충남은 농산어촌 지역이 넓고 소규모 학교와 교육 여건 격차 문제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교육 정책의 우선순위와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행정통합 논의에서는 이 상이한 교육 환경을 어떻게 조정하고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통합 이후 하나의 교육 행정 체계 아래에서 도시와 농촌, 대규모 학교와 소규모 학교의 요구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미래 설계도도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교육을 통합의 핵심 과제가 아니라, 사후적으로 조정 가능한 영역으로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 제시하는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논의는 더욱 우려스럽다. 통합특별시장과 교육감을 하나의 선거 구도로 묶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겉으로는 행정 효율과 정책 연계를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시는 교육자치의 헌법적 취지를 근본에서 흔들 수 있는 발상이다. 교육감은 일반 행정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교육행정의 책임자이며, 정치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자리다.
러닝메이트제는 교육감을 사실상 단체장의 정치적 동반자로 만들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헌법 제31조의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가 크다.
교육 정책이 단체장의 공약과 정치 일정에 종속될 경우 교육자치는 제도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해 최근 대전·충남 교육계에서는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원단체와 교육공무원노조 등 교육계는 행정통합 논의가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으며, 통합이 자칫 교육을 일반 행정의 하위 영역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교육자치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결국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에서 드러난 교육자치의 공백은 우연이 아니다.
민주당은 문제 제기 앞에서 준비되지 않은 답변을 내놓았고, 국민의힘은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육을 뒷순위로 배치했다. 여야 모두가 교육을 '통합 이후 조정 가능한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행정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는 미래를 말하면서도, 그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성과와 경제적 이익은 한때일 수 있지만, 교육의 방향은 수십 년 뒤 지역의 모습을 좌우한다. 백년지대계를 훼손한 채 추진되는 통합은 결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제라도 교육자치를 논의의 중심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행정통합은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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