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 없애야" "홍 시장 때라면 어림도 없었다"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 재임 시절에 시행한 행정·정책을 하나 둘씩 바꾸거나 폐기하고 있다.
대구시정은 지난 4월 홍 전 시장 퇴임 이후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여론 및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홍 전 시장 재임 시절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새로 바뀌거나 폐기된 것은 민원실·행정복지센터 점심시간 휴무제, 공무원시험 거주요건 재도입, 박정희 추모사업 유명무실화, 공무원 통근버스 재도입 등이다.
이를 두고 시청 주변에서는 "홍 전 시장이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이 많아 전임 시장의 잔재를 지워야 한다"는 옹호론과 "홍 전 시장이 합리적으로 추진한 것까지 덩달아 바뀌고 있다"는 반론이 공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민원실·행정복지센터 점심시간 휴무제, 직원 통근버스 재도입 등은 홍 전 시장이 있을 때라면 구청장·군수, 공무원노조 등 누구도 강하게 주장하지 못했을 사안"이라며 "여론의 흐름에 밀려 이리저리 바뀌는 것을 보면 권한대행 체제의 허약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음은 내년부터 달라지는 대구시의 주요 행정·정책이다.
◇민원실·행정복지센터 점심시간 휴무제
논란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내년부터 대구 9개 구·군청 민원실·행정복지센터는 점심시간에 휴무한다. 보건소 등 구·군청 다른 부서도 동일하다.
점심시간 휴무는 매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이며 해당 시간에는 창구 업무와 전화 응대가 중단된다.
그러나 대구시청 민원실은 구·군청과 달리 점심시간에도 정상 운영된다.
지난 11월 구청장·군수들은 협의회를 열고 공무원 노조의 요구에 따라 점심시간 휴뮤제 도입을 최종 확정했다.
이 사안은 홍 전 시장이 2022년 11월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만큼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자다. 생업에 종사하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 업무를 보러온 시민을 곤란하게 만드는 조치"라고 반대 입장을 내면서 지금까지 시행이 보류됐으나 홍 전 시장의 퇴임 덕분에 도입됐다.
그러나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갑)이 점심시간 휴무제를 반대하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 후보자에 대해 이 문제를 검증하겠다고 밝히는 등 아직까지 불씨가 남아 있다.
◇공무원시험 거주요건 제한 재도입
공무원 거주요건 제한은 홍 전 시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폐지됐다가 퇴임 후 제자리로 환원됐다.
대구시는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거주요건(대구 주소지, 3년 이상 거주)을 2026년도 시험부터 재도입한다. 공기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대구 또는 경북 거주자로 거주요건을 환원했다.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거주요건 폐지는 지난해 홍 전 시장이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홍 전 시장이 대통령 출마를 위한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거주요건을 없애고 전국 모집으로 개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지역 청년 기회 박탈,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 등 불만이 잇따랐지만 홍 전 시장은 무시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불과 1년여 만에 홍 전 시장의 정책 부작용을 인정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사업
전국적으로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정책이다. 지난해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건립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대표적이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동대구역 광장과 남구 대명동 대구 대표 도서관 앞 등 2곳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동대구역 광장에만 건립한 채 퇴임했다.
당시 동대구역 광장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했으나 이를 알고 있거나 그렇게 부르는 시민은 극히 드물다.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발의 기간 등 절차는 지켰으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기에는 짧았다고 판단한다. 반대 여론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구도서관 앞 동상 설치 등 추가로 예산이 수반되는 기념사업은 모두 보류했다"고 답변했다.
지난 9월 시민단체들이 시민 1만 4754명의 서명을 받아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를 청구했으나 대구시의회에서 반대 32명, 찬성 1명으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 조례에 따라 구성된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8월 회의를 열었을 뿐 지금까지 열린 적이 없다.
결국 박정희 기념사업은 조례만 남아 있을 뿐 홍 전 시장 퇴임과 함께 유명무실해졌다.
◇공무원 통근버스 재도입
대구시는 내년부터 홍 전 시장이 2022년 취임 후 예산 절감을 이유로 폐지한 통근버스를 재도입한다.
일차적으로 친환경 버스 1대(3억 5000만 원)와 운전기사 1명을 고용하는 예산을 확보했다.
기존에 산격청사와 1호선 대구역사를 왕복하는 통근 버스 2대에 신규 버스를 투입해 지하철역(대구역, 반월당역)~동인청사~산격청사를 운행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산격청사 경우 출퇴근 시간에 주민들의 교통 민원이 잇따르는데다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위해 통근버스를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취임 직후 예산 절감을 위해 당시 운행하던 6대의 통근버스(중구청 버스 포함)를 없앴다가 나중에 2대만 운행하도록 했다.
새공무원노조 등은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을 위해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가뜩이나 대구시의 재정 상황이 어려운데 통근버스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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