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청소년의 마음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리는 너무 오래 아이들을 성적표와 스마트폰 화면 뒤에 숨겨 왔다. 책 '청소년 마음 건강 이야기'는 숨겨진 동굴 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의 실제 목소리를 길어 올린 기록이다.
입시, 스마트폰, 고립, 불안, 그리고 사라진 놀이까지. 이 책은 아이들의 고통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로 해석한다. 화면 속 고립, 친구 없는 교실, 놀이 없는 성장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의 누적이었다는 진단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더 많은 연결이며, 아이들이 갇힌 동굴의 출구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저자인 황인국 한국청소년재단 총괄디렉터를 만나 "아이들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를 물었다.
다음은 황인국 총괄디렉터와의 일문일답.
-책의 부제가 '우리가 만난 동굴 속 아이들'인데, 여기서 '동굴'은 어떤 의미인가
동굴은 아이들이 스스로 숨은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사실상 밀어 넣은 공간이다. 스마트폰 안, 방 안, 관계가 단절된 학교, 그 모든 곳이 동굴이다. 아이들은 게으르거나 나약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나올 출구를 잃어버려서 그 안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에는 자해, 자살 충동, 학교 거부 같은 극단적 사례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현장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과거에는 정신병동의 주 환자군이 성인이었지만, 지금은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한 청소년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외래 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폭증하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우울과 불안이 '특별한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보통 아이₩의 일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는 아이들의 놀이와 교류를 제거했고, 그 빈자리를 스마트폰이 채웠다. 아이들은 또래와 몸으로 부딪치며 관계를 배우는 대신, 화면 속 비교와 평가 속에 노출됐다. 현실 세계의 관계는 줄어들었고, 불안과 우울은 급증했다. 이 구조는 매우 정교한 사회적 실패이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놀이'와 '교류'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놀이가 왜 중요한가
놀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인간이 되는 훈련이다. 또래와 놀면서 갈등을 겪고, 화해하고, 역할을 바꾸며 사회성을 배운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놀지 못한다. 학원, 선행학습, 스마트폰이 놀이를 대신했다. 그 결과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
아울러 '내 아이만 특별해야 한다'는 부모의 과잉 개입과 과잉 보호 등 사고방식도 아이를 외롭게 만든다. 자유를 주지 않으면서 성공만 요구하면 아이는 자율성을 잃고 불안에 취약해진다. 보호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지만, 과잉 보호는 아이의 성장을 막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현행 청소년 지원 정책과 시스템에 대해 현장 전문가로서 느끼는 한계는
정책은 늘 '사후 대응' 중심이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치료하고, 보호하고, 관리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 문제는 사전에 관계 안에서 예방해야 한다. 학교, 지역사회, 가정이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사회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했을 뿐이다. 성과 중심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할수록 아이는 자기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존중받는 경험'이다.
더욱이 아이의 문제는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이고, 사회의 책임이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학교를 바꿔야 하고, 학교를 바꾸기 전에 어른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이미 충분히 버티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버틸 차례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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