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간 만료 불구 경기도의회에 '순항' 보고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경기도 내 소상공인에게 쓰일 수십억 원을 들인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차세대 전산망 구축 사업’은 입찰 단계부터 실패가 예견됐고, 공정 관리도 엉망이어서 결국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내외부에는 사실 관계를 허위로 꾸며 보고하거나 축소·은폐하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경기신보의 '총체적 난국이 불러온 실패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신보는 모바일 시스템 등 스마트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오래된 보증·관리 시스템을 신보중앙회와 통합하기 위해 2022년 1월 ‘차세대 정보화 구축 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듬해 3월 사업비 48억 8700여만 원을 들여 사업을 본격화했다.
경기신보 창사 이래 가장 큰 내부 사업으로, 전국 지역 신보 중 유일하게 중앙과 연계되지 않은 전산망을 통합하는 핵심 과업을 담당하는 사업이다.
◇ 사전에 경고등 울렸지만…‘예견된 실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됐고, 경기신보는 두 차례 단독 응찰한 A정보통신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계약 과정에서 이미 A컨소시엄의 사업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위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한 평가위원은 최저점수(50.3점)를 부여하면서 ‘제안서에 (사업 핵심 목표인) 중앙회 시스템과 연계할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예상되는 문제점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가위원도 '시스템 안정성이 우려되므로 장애 발생 시 복구 기간 등을 사전에 정한 뒤 프로젝트를 시작하라'고 조언했지만, 경기신보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다.
이상원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고양7)은 "사업 시작 전부터 경고등이 켜졌는데 경기신보는 인지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이미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 공정 관리 ’전무‘…사업 진척 없는데 혈세는 지급
이 사업 기간은 애초 2023년 3월 6일~지난해 5월 29일 15개월이었다. 시스템 개발과 데이터 이관을 지난해 3월 4일까지 마치고(시스템 오픈), 3개월여 테스트를 한 뒤 같은 해 5월 납품받는 일정이었다.
경기신보는 이를 위해 전체 사업비 48억 8700여 만 원을 1차(착수금 40%), 2차(중도금 20%), 3차(잔금 40%)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신보는 2023년 5월 11일 1차로 19억 5500만 원에 이어 2차로 지난해 1월 26일 9억 7700만 원 등 지금까지 29억 3200만 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나머지 40% 잔금은 사업 만료 시점인 지난해 5월 29일까지 공정률이 59.9%에 그쳐 지급하지 않았다고 경기신보는 밝혔다.
이 설명이라면 2차 지급 시점에도 공정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신보는 이를 따져보지도 않고 돈만 먼저 지급한 셈이 된다.
실제로 경기신보는 애초 계획했던 지난해 3월 4일 시스템을 오픈하지 못했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3월 14일 △중앙회 정보시스템(EUM) 통합 구축과 데이터 이관 △재단 독자 통계분석(BI) 시스템 구축 △재단 대내·외 연계 수정 신규 개발 등 사업 핵심 항목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A컨소시엄에 사업 이행 촉구 공문을 전달했다.
그러고도 공정이 지연되면서 시스템 오픈일은 지난해 4월 8일로 한 차례 미뤄졌고, 다시 같은 해 5월 7일로 재차 연기됐다. 결국 최종 납품기한까지도 시스템은 열리지 않았다.
경기신보가 A컨소시엄에 보낸 이행 촉구 공문만 7건이다.
◇ 사업 ’지지부진‘ 속 외부에는 ’순항‘…은폐 의혹
이처럼 경기신보는 사업 기간이 끝난 지난해 5월 29일까지 30억 원 가까이 혈세만 들인 채 시스템을 납품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기신보 이사회나 경기도의회에는 마치 사업이 ’순항‘하는 것처럼 보고했다.
경기신보는 시스템 오픈일을 불과 닷새 앞둔 지난해 2월 28일 이사회에서 "(차세대 전산망 구축 사업) 지난 1월까지 분석 설계 개발의 그 작업을 완료했고, 2월부터는 개발된 시스템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중앙회 정보시스템(EUM) 통합 구축과 데이터 이관 등 사업 핵심 항목 공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A컨소시엄에 사업 이행 촉구 공문을 보내면서도 이사회에는 이렇게 보고한 것이다.
또 이사회에 A컨소시엄이 요구한 시스템 오픈 1차 연기일을 전제로 "중앙회와 외부 금융기관 등 모든 기관들과 연계 테스트를 거쳐 4월 8일 (시스템)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마치 사업이 마무리 작업 중인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신보는 지난해 5월 29일 사업 기간 만료 뒤 경기도의회에는 아예 허위로 보고했다.
컨소시엄에 5차례 이행 촉구 공문을 보내 ’계약 해지‘와 ’지역배상금 부과‘, ’손해 배상 책임‘ 등을 고지하면서도 도의회에는 이런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11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자료에 ’(시스템) 개발 완료 후 완결성 테스트 진행 중‘이라고 적었다.
시석중 경기신보 이사장도 당시 "노후화한 업무 시스템 개선, BI 시스템 도입을 위해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의 전산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 ’계약 만기‘ 등의 현안은 보고하지 않았다.
경기신보 관계자는 "조달청을 통해 계약한 사업인 만큼 조달청이 최종 조율 중이어서 이 사업과 관련한 어떤 확인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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