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영덕군 "원인 규명 주민의 몫"…냉랭한 원칙론

[더팩트ㅣ영덕=박진홍 기자] 경북 영덕군 축산천 하구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 주민이 '하천 준설 공사 등 때문에 조개들이 집단 폐사, 수억 원대 재산 피해를 봤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 발주처인 경북도·영덕군은 '보상을 받으려면 폐사 원인을 피해 주민이 밝혀야 한다'는 냉랭한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던 주민은 결국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법적 다툼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개인적으로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영덕군 축산천 하구 '블루로드 흔들다리' 아래 바다에 조성된 민들조개 양식장.
14일 이곳에서 만난 전대헌(52) 씨 부부는 "5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데다 피해 보상을 위해 향후 힘겨운 법적 다툼까지 벌여야 한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문제는 지난 5월 초 축산천 홍수 방지를 위한 경북도의 재해 예방 하천 준설공사 등이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전 씨는 "지난 40여 년간 하천 바닥에 누적된 시커먼 하수 슬러지를 공사업체가 준설해 하천 변에 쌓아 두었다‘면서 "이 슬러지들이 여러 차례 비와 함께 하구로 내려오면서 조개들이 폐사했다"고 말했다.
스쿠버 전문가인 전 씨는 "바닷속을 조사해 본 결과 슬러지들이 돌 등에 층을 짓고 있었다"면서 "인근 오징어 가공업체 등에서 배출된 슬러지들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또 양식장 인접 영덕군 발주 축산배수펌프장 공사 현장에서 흘려보낸 콘크리트 타설 오염물도 "폐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했다.
주민 A 씨는 "지난 6월 25일 등 이틀에 걸쳐 큰 배수관을 통해 레미콘 오염수가 하루 종일 하구로 유입됐다"며 "그 양이 수십 톤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공사업체와 행정기관의 무성의한 업무 처리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전 씨는 "지난 5월 어촌계와 양식장 3년 재계약(3000만 원)을 체결했다"면서 "시공업체가 공사 내용을 제때 정확히 알렸다면 재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영덕군은 바닷속 슬러지 침천물 조사 대신 흐르는 하천물을 검사한 후 문제없다고 밝혔다"면서 "조만간 법무법인을 통해 행정기관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양식장 피해액은 지난 5년간 어촌계 계약금과 조개씨 구매비, 어선 이용료, 임금에다 향후 예상 수익금을 더하면 2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폐사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했다"며 "이럴 경우 피해 주민이 원인을 규명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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