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주=이정수·김종일·곽시형·양보람 기자] '민선9기'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2026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광역의회 의정활동을 발판으로 예산편성권과 조직·인사권, 각종 인허가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전북 지역 시장·군수의 꿈을 이루려는 현직 도의원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 출신 첫 대통령이 배출되면서 시장·군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등 '이재명 효과'에 도의원들의 출마 러시 현상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 배출 영향?…도의원 20% 출마 '채비'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내 시장·군수 도전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도의원은 7~8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앞서 대선과 당대표 선거를 명분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내달 초쯤 마감하는 권리당원 모집에 막바지 힘을 쏟는 등 단체장 출마를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전북도의회 전체 의원 숫자는 40명(비례대표 4명 포함)으로, 많게는 20%에 달하는 도의원들의 단체장 도전이 예상된다.
도청 소재지이자 전북 최대 도시의 단체장인 전주시장 선거에는 여성 최초 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국주영은 의원(조촌동·여의동·혁신동)이 지역 밑바닥 민심을 훑고 다니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역할을 해준 김성주 전 국회의원을 디딤돌 삼아 조직력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시내 한복판 상가 밀집 지역에 즐비한 빈 점포 등이 대변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 실상에 민심이 돌아선 상황도 노려볼 만하다는 속내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 전주시 비서실장 등 우범기 시장 핵심 충신들이 부랴부랴 사직서를 제출하고 선거 채비에 나선 것도 '현역 프리미엄'을 상대로 해볼 만하다는 출마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군산시장에는 현재 도의회 수장인 문승우 의장(나운1·2·3동)과 군산시의회 의장 출신인 강태창 도의원(옥구읍·옥산면·회현면·옥도면·옥서면·해신동·신풍동·삼학동·소룡동·미성동)이 재선인 강임준 시장을 상대로 출마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재선 도의원 출신으로 군산시 자원봉사센터장을 비롯해 군산시태권도협회장과 군산시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군산 지역사회에서 잔뼈가 굵다. 강 의원은 군산시의회에서 6대 후반기 의장을 맡는 등 3선 기초의원 출신으로, 기초와 광역을 모두 경험했다.
남원시장에는 전반기 부의장을 지낸 이정린 도의원(운봉읍·주천면·산동면·이백면·아영면·산내면·인월면·향교동·도통동)이 초선인 최경식 시장을 상대로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원시의회 재선 시의원 출신인 이 의원은 시의원 시절 현재는 폐교된 서남대 정상화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고군분투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재선으로 도의회에 입성하자 부의장으로 선출돼 남원 국립공공의대 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등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제시장에는 나인권 도의원(만경읍·죽산면·백산면·부량면·공덕면·청하면·성덕면·진봉면·광활면·요촌동·교월동)이 재선인 정성주 시장에 맞서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재선인 나 의원은 김제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운영위원과 전북청년경제인연합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무주군수에는 무주군의회 군의원(초선)을 거쳐 도의원 재선인 윤정훈 의원이, 3선 도전이 유력한 황인홍 군수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정세균 국회의원 보좌관, 농업회사 대표를 거쳐 전북도의회 12대 전반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정치적 보폭을 넓혀왔다는 평가다.
장수군수에는 3선 도의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정책보좌관과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정책보좌관 경력을 갖춘 박용근 도의원(장수군)이 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 그는 최근 도청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압박 등의 의혹 논란이 불거져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통보받았다. 박 의원은 무소속으로 도의원에 당선될 만큼 지역 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무기로 각종 잡음 속에서 노련한 의정활동을 펼쳐왔지만, 중앙당 재심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갈릴 처지다. 향후 최훈식 군수(초선)와 민주당 공천권을 놓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부안군수에는 김정기 도의원(부안군)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선인 권익현 군수가 현직 프리미엄으로 건재하고, 전북도의회 사무처장(2급) 출신 전직 공무원 등 여러 군수 출마 후보군이 난립할 가능성이 있어 김 의원이 군수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지역 '소통령' 단체장…견제 장치는 '글쎄'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직을 사퇴하고 기초단체장 선거에 도전한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당시 6명의 도의원이 사퇴하고 출마에 나섰지만 최종 당선증을 거머쥔 이는 최영일 순창군수 단 1명뿐이다. 완주군수 도전을 위해 사퇴한 송지용 도의회 의장과 두세훈 의원을 비롯해 이한기 의원, 황의탁 의원, 한완수 부의장이 각각 진안군수 선거와 무주군수 선거, 임실군수 선거 민주당 경선 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일부 도의원들은 애초부터 단체장 선거 출마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체급, 일명 '몸값' 올리기를 위해 단체장 출마설을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정치판 행보를 고려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데도 기초단체장 출마를 포기하기에는 명예와 각종 권한이 집중돼 있음에도 통제장치는 미약한 시장·군수직에 대한 출마 유혹이 커 출마설은 봇물 터지듯 계속될 전망이다.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현재 지방자치법에는 단체장이 해당 지자체의 최고집행기관 사무를 총괄하게 된다. 즉, 의사결정권이 1명의 책임자에 부여되는 독임제 행정기관인 것"이라며 "예산편성과 인사권, 각종 인허가 권한이 시장이나 군수 등 한 사람에게 집중됨에도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인 지방의회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단체장 출마를 목표로 한 일부 지방의원들의 경우 '지역의 스피커'인 지자체 공무원들을 상대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에 머물기도 한다"며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지방 선출직에 대한 견제 제도 강화와 반부패 거버넌스 구축, 예산집행의 투명성 및 인허가 업무의 공정성 확보 등 제도적 내실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광역의원이 내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30일 전(2026년 5월 4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사직 기한 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면 등록 신청 전까지 도의원을 그만둬야 한다. 시장 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은 내년 2월 20일부터, 군수 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은 같은 해 3월 22일부터 가능하다.
ssww993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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