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전국
학교·기관 등 공공건물, 화재 시 생명 구하는 '음성점멸유도등' 설치 미흡
시청-소방서 관계자 장애인등편의법 규정 몰라 '떠넘기기'
장애인·비장애인 생명 모두 살릴 수 있도록 설치 노력 시급


지난 8일 경기 파주시 페의류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차가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해 있다./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지난 8일 경기 파주시 페의류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차가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해 있다./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더팩트|수원=김동선 기자] 화재 발생 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비상구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음성점멸유도등이 경기도 내 학교와 관공서 등 주요 공공 건축물에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더팩트> 취재 결과, 도내 상당수 시군구 청사와 보건소, 동 행정복지센터는 물론 경찰서, 소방서 등 주민과 밀접한 시설들의 음성점멸유도등 설치가 미흡했다.

최근 경기도 A 소방서에 관내 공공시설의 유도점멸유도등 설치 상황을 질문했지만 "소방법에 (관련 조항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한다"며 "시청에서 확인하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12조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른 소방시설(경보설비 등)을 장애인 등에 적합하게 설치·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소방서가 관련 법을 숙지하지 못한 것이다.

도내 B 소방서는 점멸유도등은 설치했지만 청각유도 장치는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C 시청은 2개 보건소에 설치 예산을 내년에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D 시청과 E 시청 관계자는 "소방서 소관이라 시청 입장에서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해 이들 역시 관련 법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경기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경기도 내 초·중·고 2495곳 중 88.9%인 2218곳에 음성점멸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았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울 서대문을)이 2023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음성점멸유도등 설치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인천(56.6%)이고, 가장 낮은 지역은 경북(1.04%)이며, 전국 평균은 고작 8.1%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화재는 전국 기준 2020년 125건, 2021년 113건, 2022년 104건, 2023년 106건이 발생했다.

음성점멸유도등./인터넷 갈무리
음성점멸유도등./인터넷 갈무리

음성점멸유도등은 화재가 발생하면 빠른 속도로 점멸하는 유도등과 함께 큰 소리로 비상구 방향을 알려주는 피난 유도등이다.

음성점멸등이 작동하면 70~90데시벨(dB)의 크고 정확한 음성 경보와 분당 180회가량 빛나는 섬광이 표출돼 시야 확보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정확하게 피난구 위치를 전달할 수 있다.

시각·청각 장애인은 물론 연기에 시야가 가로막힌 비장애인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주요 소방 설비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 10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의무 대상 건물 신규 건축 및 허가 시 반드시 음성점멸유도등을 설치해야 하며, 미설치 또는 고장 방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주요 설치 대상은 공공기관 및 학교(유치원 제외), 공동주택, 종교시설, 중대형 판매시설, 숙박시설 등이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대상 시설별로 설치하여야 하는 편의시설의 종류' 표./법제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대상 시설별로 설치하여야 하는 편의시설의 종류' 표./법제처

하지만 학교, 경찰, 소방, 보건소, 자치단체 청사 중 장애인등편의법이 개정된 2018년 10월 이전 건축된 시설들은 이를 소급 적용할 의무가 없어 적극적인 설치를 미루는 상황이다. 설치에 들어가는 예산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학교당 음성점멸유도등 교체 설치 비용은 평균 약 2000만~30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C 시청 관계자는 "장애인·비장애인 생명 모두 살릴 수 있도록 설치 노력이 시급하다"며 "용도 변경 인허가 시 기존 피난유도등과의 교체를 명문화하거나 건물 리모델링 시 협의에 의해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사망 96명, 부상 144명, 합계 240명이다. 이들 피해자 중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2.2배며, 특히 사망률은 비장애인의 9배에 달한다.

소방청은 장애인 10만 명당 사상자 수는 9.1명으로, 화재 시 장애인 인명 피해는 비장애인보다 2.2배 더 크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성점멸유도등 도입이 법적 기준 이상의 안전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윤진 대림대학교 교수(한국화재소방학회장)는 "음성점멸유도등 등 시설물이 설치된다면 화재 시 안전에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2024년 한국화재소방학회지에 기고했다.

vv830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