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히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들을 교육과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출신 인재들을 단순한 저임금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이 지닌 언어·문화·제도적 이해를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으로 재정의하고 공교육 현장에 체계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5%를 넘어선 다문화 인구 '국제화 역량 강화' 자산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을 개인이 습득한 언어 능력, 문화적 지식, 태도 등이 사회적 기회를 확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산으로 보았다. 이 개념을 학교 교육에 적용하면 다양한 배경을 지닌 다문화 구성원들이 오히려 학생들의 글로벌 감수성과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을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다문화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5%를 넘어선 지금, 한국은 이들을 단지 통합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주민과 그 자녀들이 보유한 문화와 경험은 우리 사회의 국제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적 자산이다. 이를 공교육과 지역 사회 교육 시스템에 접목한다면 학생들은 단지 외국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제도와 문화를 이해하는 통합적 사고력까지 기를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정책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국제사회 속에서 더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국가 이미지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다문화 인재를 국가 외교 전략에 활용하고 있는 대표 사례는 캐나다, 미국, 이스라엘이다.
캐나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국가 정책으로 채택하고, 이를 문화외교와 교육에 체계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이민자 출신 시민들을 민간외교 사절로 육성하거나 지역 사회 기반의 문화교육 활동에 참여시키고 있다. 토론토 교육청(TDSB)에서는 다문화 교사를 중심으로 본국의 언어, 역사, 제도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이는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적 감수성'을 키우는 살아있는 교육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 '정책 전략 자산'으로 다문화 인재 활용
미국 또한 다문화 인재를 외교와 국방, 교육 정책의 전략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IVLP) 등을 통해 이민 2세 리더를 본국과의 교류 사절로 파견하고, 국방부는 다문화 인력을 언어·문화 자산으로 삼아 안보 정보 교류에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배경의 교사들이 초중고에서 외국어와 함께 본국의 정치·경제 제도를 함께 교육함으로써 미국 학생들은 문화 이해를 넘어 구조적 시야를 넓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국제정치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대계 이민자 출신들은 미국, 유럽 등의 정치, 경제, 학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하고 중재하는 민간외교 채널로서 기능한다. 이들은 단순한 인적자원이 아니라 자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문화 기반의 전략 자산인 셈이다.
학교 교육에 '다문화 문화자본' 적극 활용해야
이러한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 역시 기본 학력과 언어 능력을 갖춘 다문화 구성원들을 선발해 초중고 방과 후 수업 및 지역 돌봄센터에서 그들의 모국 언어, 문화, 제도를 살아있는 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로 배우는 세계문화 이야기', '○○국의 사회제도 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외국어 교육을 넘어 비교문화적 사고력과 글로벌 시민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건비, 교재 개발, 행정 운영비 등을 지역 맞춤형 교육재정으로 충당하고, 지역 내 다문화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면, 지자체는 다문화 교육의 주체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문화 인적자원을 단순한 사회복지의 수혜 대상이 아닌, 교육과 외교 분야의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제 다문화를 단지 ‘포용해야 할 과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동반자이자 세계와 연결되는 창구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구성원이 지닌 문화자본을 학교 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정책은 교육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세계화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낳는다. 이는 한국이 다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국제사회 속에서 문화적 소통역량과 외교적 신뢰를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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