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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2년간 수선비 1000원 고집…바느질로 사람들 마음 깁는 할머니

  • 전국 | 2025-01-07 14:40

대전 동구 가양동 '원앙혼수방' 운영 이범례 씨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1000원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범례(여·70)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1000원 수선집을 운영하는 이범례(여·70)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작은 수선집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32년 동안 단돈 1000원에 옷을 수선해 주는 사연이 전해져 훈훈함을 주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원앙혼수방'을 운영하는 이범례(여·70) 씨. 그의 사연은 수선집을 이용한 주민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전해졌다.

<더팩트>는 이 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해 마지막 날 '원앙혼수방'을 찾았다.

이 씨는 55년 전 어머니를 돕기 위해 처음 양복점에서 바느질을 시작했고, 32년 전부터는 마을 사람들의 옷을 수선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받았던 기장 줄임 비용인 1000원을 아직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수선도 대부분 1만 원이 넘지 않는 가격에 해주면서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씨의 바느질 경력은 서울, 천안, 대전 등지에서 시작됐다. 어머니와 함께 10년 동안 양복점에서 기술을 배운 후 독립해 대전 동구 가양동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처음 1000원을 받기 시작했을 때는 많은 손님이 아침부터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그의 바쁜 일정을 도우며 가게를 봐주기도 했다고 이 씨는 회상했다.

이 씨는 가격 인상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람들 모두 가격을 올리라고 권유하지만 나는 더 이상 욕심이 없다. 평생 이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수선집을 찾는 사람들은 옷 수선만이 아닌 따뜻한 정과 마음을 함께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씨의 가게를 방문한 오은지(60) 씨는 "30년 전부터 이곳을 찾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수선을 해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수십 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온 이 씨의 가게는 단순한 수선집을 넘어 사람들이 정을 나누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음은 원앙혼수방을 운영하는 이범례 씨와의 일문일답.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원앙혼수방'을 운영하는 이범례(여·70)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원앙혼수방'을 운영하는 이범례(여·70) 씨가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정예준 기자

-이 동네에서 언제부터 가게를 운영했나

"한 32년은 된 것 같다. 나이로 따지면 약 30대 중반쯤 시작했을 것이다. 이 동네 분들은 다 알고 있다."

-원래부터 수선집을 운영했나

"전공이 바느질이었고 처음에는 양복집을 운영했다. 얼추 양복집만 10년은 한 것 같고 서울과 천안, 대전에서도 했고 어릴 적부터 어머니 일을 돕는다고 바느질을 배웠고 그렇게 일을 한 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수선비 1000원은 언제부터 받아왔나

"처음 이 가게를 운영할 때부터 그렇게 받았다. 30년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말도 못 하게 바빴고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도와 가게도 봐주기까지 할 정도였다. 아직 건강이 허락하는지 전혀 힘들지 않다. 워낙에 건강한 게 감사한 일이다. 단골분들이 수선하러 오면서도 '미안해서 어쩌나'라고 하는데 그러시면서 여기 같이 팔고 있는 배게 피나 이불을 하나씩 사 가시고 다른 지인들 불러서 물건이 좋다며 이불을 또 사 가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런 것이 사는 정이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 수선비로 1000원을 받을 것인가

"내가 생전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 그렇게 받을 것이다.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건강이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는 이 일을 할 것이고 그때까지도 수선비를 안 올릴 것이다. 다른 손님들이 올리라 해도 죽어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서로 정을 받고 사는 게 행복인데 굳이 그것을 포기하면서 수선비를 올릴 이유가 없다."

-앞으로 바라는 것 있다면

"다른 거 하나 없고 지금 이대로가 너무 좋다. 애들도, 나도 안 아프면 좋고 더 욕심도 없다. 잘 살지는 못해도 편하게 살면 좋겠고 지금이 너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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