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응원봉 들고 아이돌 노래 부르며 '윤석열 탄핵' 외쳐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현장에 20~30대 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이들로 인해 집회는 마치 축제로 변모한 듯한 모습을 연상케했다.
지난 8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제5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엔 20대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대부분 200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로, 촛불이 아닌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LED 응원봉으로 인해 기존 집회 시위 문법과는 다른 축제의 현장을 떠오르게 했다.
맨 앞줄을 차지한 젊은이들은 피켓문구에서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을 따온 문구를 이용해 시위에 나섰다.
집회 사회자가 NCT, BTS, 스트레이 키즈, 더 보이즈 등을 아이돌 그룹을 호명하자 일제히 함성소리가 높아지고 끊이지 않았다.
시위 현장에는 딱딱한 민중가요보다 아이돌들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모습 역시 색달랐다.
아이돌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탄핵'을 외치는 모습은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 현장 같았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9수도 하는데 탄핵 2번 못할쏘냐’ 등 현실적 비판 메시지로 현재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MZ 여성들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나온 ‘여성계 시국선언문’을 주목했다.
시국선언문에서는 윤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및 여성폭력 예산 삭감 등 반여성⋅반성평등 기조가 민주주의의 퇴행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집회에 참가한 정모 씨(20)는 "최근에 동덕여대 시위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SNS를 통해 연대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페미니즘 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SNS를 보고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책에서 읽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연상시켜 그 아픈 역사가 결코 잊혀진 역사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는 설명이다.
20대 여대생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소년이 온다’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소설에서 나올 법한 비상계엄을 현실에서 만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정치에 무관심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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