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지세 강한 TK지역도 대통령 행위 이해 못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보다 수습에 중점 두는 분위기도
[더팩트┃대구=박병선, 박진홍 기자]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도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물론이고 윤 대통령 지지자조차 "웃지 못할 해프닝", "황당한 일"이라며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4일 대구·경북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동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이긴 하지만, 그간 지지해온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힘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대구시의원은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이 술 먹고 일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황당해했다"며 "동료 시의원은 한 시민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통령 만들어주려고 서로 작당해 일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항의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인데, 지역민들이 곤혹스러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비상계엄과 관련해 견해를 밝혔지만, 지역 정서를 고려한 탓인지 비판보다는 수습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었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었다. 꼭 그런 방법밖에 없었는지 유감이다. 잘 수습하기 바란다"고 썼다.
홍 시장은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탄핵 때 유승민 역할을 한동훈이 하고 있다. 용병(傭兵) 둘이 당과 나라를 거덜 내고 있다. 화합해서 거야(巨野)에 대비해도 힘이 모자랄 지경인데 두 용병끼리 진흙탕 싸움에 우리만 죽어난다. 우리 모두의 자업자득"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저격했다.
이철우 지사는 이날 담화문을 내고 "지난밤 혼란스러운 상황에 많이 놀라고 불안하셨을 텐데 해제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경북은 국난 위기마다 앞장서 극복해 온 지역인 만큼 이럴 때일수록 단합해 헌정질서를 지키고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지역 시민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부터 성명, 시위 등을 통해 계엄 반대 및 대통령 퇴진 투쟁에 나섰다.
대구참여연대는 3일 오후 11시 40분 긴급 성명을 내고 "지금 이 나라가 전시나 사변이 일어난 상황인가. 지금 우리 국민은 대통령의 이따위 겁박에 겁먹을 국민이 아니다. 비상계엄을 당장 철회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라"라고 밝혔다.
민노총 대구본부와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등은 4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경북 포항시민단체 연대회의도 이날 오전 포항 죽도 시장 앞에서 약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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