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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소름끼치는 소리…소음 수준, 상상 이상"

  • 전국 | 2024-11-01 15:29

김경일 파주시장, 민통선 대성동서 "절절한 고통 온몸으로 느껴져"
주민 "우리 국민 살리는 게 먼저…정부 뭐하나?" 무대책 성토


김경일 파주시장(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파주시 관계 공무원들이 지난 달 31일 민통선 내 파주시 대성동 마을을 찾아 주민들로부터 한 달여 동안 이어진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직접 듣고 있다./파주시
김경일 파주시장(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파주시 관계 공무원들이 지난 달 31일 민통선 내 파주시 대성동 마을을 찾아 주민들로부터 한 달여 동안 이어진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직접 듣고 있다./파주시

[더팩트ㅣ파주=양규원 기자] 한 달여 동안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는 민간인통제선 내 경기 파주시 대성동 주민들의 실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김경일 파주시장이 지난달 31일 대성동 마을을 방문했다고 1일 시가 밝혔다.

현장을 찾은 김경일 시장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소름끼치는 소리다"고 계속 탄식을 쏟아내면서 "직접 들어보니 소음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주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지 절절한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성동 마을은 남북간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 안에 위치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로, 북한의 최전방 마을인 기정동 마을과는 거리가 채 500m도 되지 않아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김경일 시장은 실상 확인 및 피해 경감 대책 추진을 위해 시 관계자 10여 명과 현장을 찾은 것.

소음은 JSA 통문을 거쳐 민통선 내부로 접근해 들어가면서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로 다가갈수록 소음은 더욱 강해져 곧 옆 사람과의 대화가 힘들정도로 심해졌다.

여우, 들개, 까마귀 등의 울음소리로 들리는 기분나쁜 소리는 물론, 귀신의 곡소리, 쇠를 긁는 듯한 소리 등 갖가지 참기 힘든 소리가 섞여 공포스러움을 넘어 고문에 가까운 소리들이었다.

더욱이 지난 7월 말 시작된 대남 소음방송은 8월 중순까진 하루 4~5시간 흘러나왔으나 지난 9월 28일부터는 한 달이 넘게 24시간 밤낮없이 주민들을 고통으로 몰고 가고 있다. 소음강도도 급격히 높아져 135명의 주민 대부분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일부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데도 수면 부족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10월 7일 시가 소음을 측정한 결과 소음 규제 기준치인 65㏈보다 높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로나 철로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맞먹는 수치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주민들이 확인한 바로는 그 이후 소음 강도가 점점 강해져 최근에는 115㏈의 수치가 확인됐으며 심할 때는 135㏈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증언했다. 120㏈은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내는 굉음과 같은 수준이고 130㏈은 고통을 느끼는 한계 수치다.

그럼에도 고령층인 주민 대부분은 "제발 좀 살려달라"고 호소하면서도 대다수가 농민인 탓에 마을을 떠날 수도 없는 처지다.

대성동에서 나고 자란 김진수(70) 씨는 "마을 옆 논밭에서 농사일을 해서 먹고 사는 처지라 잠시도 마을을 떠나 있을 수가 없어 너무나 고통스럽다"면서 "밤에는 조용히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북한 사람들 인권도 중요하고 저 사람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당장 죽고 사는 문제다. 죽어가는 우리 국민들 살리는 게 먼저 아닌가. 우리 정부는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정부의 무대책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김동구(55) 이장은 "요즘 비무장지대 쪽 긴장감이 엄청나다. 풍선 하나만 더 보태도 금방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며 "이러다 국지전이라도 터지면 우리 마을 사람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경일 시장은 최근 파주시가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의 공조체제가 갖춰진 만큼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현장 대응을 위해 파주시와 피해지역 주민단체도 핫라인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아울러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감시와 대응을 강화하는 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경일 시장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가 갈등을 부추기는 불씨가 되고 있다. 이 불씨가 큰 불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력히 촉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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