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로 산 육송나무 곰팡이로 뒤틀려, 기와는 버섯까지 자라
대구시 "현장 확인 완료…업체 측 해명 검토 후 처리 예정"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성추행과 직장 내 갑질 논란이 제기된 대구의 한 사단법인(본보 10월 6일자 보도 ‘대구서 국고 지원 사단법인 성비위·직장 괴롭힘 논란…관리는 사각지대)이 이번엔 국비로 구매한 고가의 기자재를 수 년째 야적물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단법인은 문화재 보수 관리를 하며 국비와 시비로 운영된다.
지난달 29일 오전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 옆 텃밭에는 폐목재와 파란색 비닐 천막이 봉곳하게 덮여 있었다. 몇 명의 인부가 천막을 걷어내자 고가의 육송(목재)과 기와, 기자재 등이 나왔다.
기자재들은 오랫동안 방치된 탓인지 먼지를 뒤집어썼으며,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특히 육송의 경우 수분기를 가득 머금어 썩은 부위가 으스러진 것은 물론 뒤틀리고 하얀색 곰팡이가 표면이 뒤덮여 있는 버섯까지 자라고 있었다. 함께 있던 전통 한식 기와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전기제품과 기계장비는 사용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인부들은 서둘러 해당 기자재를 어디론가 옮기기에만 급급했다.
이 같은 ‘풍경’은 국고보조금 운영 사단법인이 국비로 구매한 기자재가 법인 뒤편 텃밭에 수 년째 방치돼 있다는 민원을 받은 대구시 문화관광과가 현장을 방문, 방치된 기자재를 직접 확인한 후 해당 법인의 해명을 받기 위해 공문을 보낸 뒤 벌어진 상황이다.
지역 한 문화재 전문가는 "고가 목재인 육송과 나무에 물기를 먹어 곰팡이가 피고 갈라지면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며 "처음부터 따로 보관을 해 수명이 짧아지는 걸 막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야적물은 대구의 한 아파트와 주민 쉼터에 인접해 있다. 파란색 천막을 두고 인근 주민들이 몇 차례나 민원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빗물에 방치돼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에서인지 고철수집상들이 가져가려 해 제지당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국비로 구매한 비품을 수 년째 방치해 제 기능을 상실케 해오다가 대구시의 공문이 오자 그제야 움직인다는 건 세금낭비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봐야한다"며 "대구시는 엄격한 행정 처분과 함께 국고보조금으로 구매한 비품과 용품이 야외적재된 경위와 물품관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구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해명자료를 받아서 검토 후 관련 처리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해당 법인은 최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신고 건에 대해 대구지방노동청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개선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노동청은 해당 법인에 대해 개선지도 조치하고 그 결과를 지난달 25일까지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법인 측은 이를 이행, 노동청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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