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잠을 자고 있던 여성을 주거지에서 잔혹하게 살해한 뒤 자수했던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승규)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 대해 원심형(징역 16년)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인 A씨는 지난 3월 30일 대구 달서구의 주거지에서 B(63·여)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다음 날인 31일 새벽 1시 30분쯤 잠을 자고 있던 B씨에게 다가가 가슴과 복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후 오전 7시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 "바람 펴서 죽였다"며 자수했다.
두 사람은 농촌 일자리 작업을 하며 알게 됐고, 가끔씩 연락을 하고 지냈다. A씨는 지난해 12월 30일 B씨의 집에 찾아갔다가 스토킹 혐의로 신고를 당한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의 처벌불원으로 형사 입건되지는 않았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B씨가 다른 남성과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B씨에게 전화했을 때 통화 중이면 B씨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씨는 재판에서 "술을 마시고 일어나니 B씨가 죽어있었고 사망에 관여한 바가 없다", "사건 당일 B씨의 조카도 함께 있었다", "지난해 5월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서로의 집에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살았다", "B씨는 문란한 여성이었다" 등 B씨를 모욕하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재판부가 유기징역을 선택할 경우 10년간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준수사항 등을 명령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기록과 생활 반응에 비추어 A씨의 일방적인 관계로 보인다"며 "제3자가 살해 후 도주했다고 부인하지만, 당시 거동 수상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살해 동기 등 진술이 수시로 번복되는 점, B씨를 헐뜯는 말을 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A씨가) 사회에 나왔을 때 재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내 집에서 죽은 것은 미안하지만 내가 죽였으면 도주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제3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자수를 했지만 범행 후 정황을 고려해 자수 감경을 하지 않는다"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형이 무겁다고 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고 망인의 성행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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