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용하고 쪼개기 수의계약
[더팩트ㅣ안산=이상엽 기자] 경기 안산시가 이민근 안산시장 선거캠프 거래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예산 전용과 쪼개기 발주 등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시 총무과는 지난 1월 8일에는 A업체와 공무원증 케이스 제작을 위해 3070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 5일 1698만 원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총무과가 올해 본예산에 편성한 공무원증 케이스 제작예산은 1300만 원에 불과했고, 사무관리비에 편성된 다른 예산 1770만 원을 끌어왔다.
본예산이 확정된 직후 예산을 멋대로 돌려 쓴 셈이다.
A업체는 지방선거 당시 이 시장 캠프가 거래했던 B업체 대표의 부인이 지난해 8월쯤 만든 신생업체였다.
창업 한 달여 만에 수의계약을 따낸 B업체와 A업체는 전화번호 등도 같았다고 한다.
박은정 안산시의원은 지난달 행정무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신규 케이스가 무겁고 불편하다며 착용하지 않는 공무원들도 많은데, 갑자기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산지역에 250여 개 광고관련 업체가 등록돼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계약 행태라는 얘기다.
수의계약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쪼개기’ 한 정황도 있다.
안산시는 지난해 2월 15일 B업체와 월피예술도서관 창호·차면시설공사 계약을 2090만 원에 체결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570만 원을 추가 계약했다.
지방계약법상 1인 수의계약 한도는 2000만 원, 여성기업은 5000만 원이다.
A·B업체와 아예 같은 날 계약한 사례도 나왔다.
안산시는 지난해 11월 3일 상록수도서관 외부 간판 설치공사와 상록수도서관 사인몰 제작을 각각 1045만 원(B업체)과 2090만 원(A업체)에 계약을 맺었다.
시는 지난 3월 1일 105주년 3·1절을 맞아 제작한 현수막도 나란히 두 업체와 계약했다.
이 계약들을 포함해 안산시는 2022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65건의 물품과 용역, 공사 수의계약을 B 업체에 몰아줬다. 계약 금액은 6억 6100만 원에 이른다.
A업체와도 같은 기간 15건에 걸쳐 1억 9400만 원을 수의 계약했다.
B 업체는 지방선거 기간 3차례에 걸쳐 3760여만 원 상당의 현수막 등을 제작해 이 시장 캠프에 납품했다.
통상적이지 않은 계약 행태를 두고 박태순 시의원은 안산시 감사관에게 "감사해서 고발할 것인지" 물었고, 김운학 감사관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부서에서 돌아가면서 그걸 했다"면서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박은정 시의원도 시정질의를 통해 "계약을 총괄하는 회계과장은 승진했다"며 "특정권력에 라인을 세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이민근 안산시장은 "한 면만 갖고 30년 이상 공직하신 분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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