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장을 소송 당사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후천성 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국내 첫 행정소송이 두 번째 공판에서 원점으로 돌아갈지 기로에 섰다.
대구지법 행정1단독(부장판사 배관진)은 26일 HIV 감염인 70대 A씨가 대구시 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 등록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A씨는 HIV 감염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대구 남구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심사 구비서류(장애진단 심사용 진단서) 미비로 반려 처분을 받았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 등록을 위해선 의료기관에서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HIV는 병으로는 인정되지만 장애 유형에 포함돼 있지 않아 장애 정도 심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어 A씨는 행정복지센터에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고 장애 등록 반려 처분을 받았다.
A씨와 HIV장애인전국연대 등은 HIV 감염인들이 치료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합병증과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적 인식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고립돼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원이 없어 삶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홍콩·영국·일본 등은 HIV 감염인을 제도적으로 장애인으로 간주하고 미국·호주·캐나다·독일 등은 법 해석 과정에서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는 해외 사례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대구 남구청장 측은 반려 처분을 낸 당사자는 남구청장이 아닌 남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설령 남구청장이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처분에 절차적 위법성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의 주장을 인용했다. 대법원 판례상 공문에 처분을 내린 당사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하며, 피고를 행정복지센터장으로 변경하더라고 처분 권한이 없는 행정 관청이 처분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가 돼 소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남구청장 명의로 나간 장애 등록 반려 처분 서류를 토대로 다시 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애 등록 서류는 행정복지센터를 거쳐 제출할 수밖에 없고, 행정복지센터장이 남구청 공무원인데 남구청장의 권한이 아니라는 지적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 측에 대응 계획을 검토해볼 것을 권고하며 기일 속행을 선언했다. 다음 재판은 7월 17일 오후 3시에 열린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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