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교육감이 보낸 문자 메시지 '입수'
교육연구원장 임용 예정자 관사 호출
"관사 간 것 맞지만…내용 말할 수 없어"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관사) 문이 잠겨져 있으니 4:30에 오시지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산하기관장 임용 예정자를 관사로 불러 자신의 선거캠프 회계 책임자를 채용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회계 책임자는 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40여 일 뒤 해당 기관에 임용됐다.
23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임 교육감이 취임한 직후인 2022년 10월 경기도교육연구원은 A 씨를 (경영)관리직 1급에 채용했다. 2개월여 전인 같은 해 8월 31일부터 진행된 공모에는 모두 13명이 지원했다.
공업경영학 전문학사인 A 씨는 서류전형에서부터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거나 법학 박사학위 수료자, 정부 산하 공공기관 근무자 등을 모두 제치고 1등을 했다.
A 씨는 임 교육감의 정치적 터전이었던 성남 분당의 한 사립학교에서 행정실장을 30년 넘게 하다 교육감선거 과정에서 임 교육감 선거캠프의 회계 책임자로 등록한 인물이다.
임 교육감은 그의 임용에 앞서 교육연구원장 내정자 B 씨를 자신의 관사로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B 씨가 교육연구원장 내정자로 언론에 예고되기 이틀 전이다. B 씨는 같은 해 9월 1일 취임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임 교육감과 B 씨 사이의 문자 메시지 내역을 보면 임 교육감은 그해 8월 21일 오후 3시 34분쯤 B 씨에게 자신의 관사 주소를 직접 보내며 '제가 4:30이후에는 관사에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 관사로 갈까요?'라고 되묻는 B 씨에게 임 교육감은 '지금 이천에서 출발하니 거기서 뵙지요. 지금은 문이 잠겨져 있으니 4:30에 오시지요'라며 시간에 맞춰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
B 씨는 임 교육감이 도착한 이후 관사를 찾아 기관장 임용에 감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도교육청 간부 C 씨도 동석했고, 임 교육감은 교육연구원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선거캠프 회계 책임자였던 ‘A 씨를 보낼 테니 채용해서 잘 쓰시라’는 취지의 주문도 했다는 전언이다.
A 씨의 채용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임 교육감은 서류, 면접 결과를 B 씨로부터 수시 보고받았다.
교육감이 산하기관장도 아닌 간부급 인사의 채용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직접 보고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은 A 씨가 '서류와 면접에서 1순위로 결정됐고, 언제 출근한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2차례 주고받았으나 채용 당사자가 누구인지 'A 씨 이름'을 메시지에 적시하지는 않았다.
이미 임 교육감과 B 씨 간 사전에 논의가 있었음을 추측게 하는 대목이다.
A 씨는 "공모 절차에 의해 지원을 했다"면서 "(교육감 등과 협의나 추천)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임 교육감 역시 "어디서 들은 이야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반면 B 씨는 "취임하기 전 교육감 관사를 찾은 것은 맞다"면서 "임 교육감이 어떤 주문을 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B 씨는 현재 교육연구원장직을 그만둔 상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1962년 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구소로 설립됐다. 2013년 9월 재단법인 형태로 독립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연구원에 출연금 53억여 원을 지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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