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임기 마쳐
특전사 동지회, 정율성 기념공원 사적 감정 아닌 회장으로서 한 일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5⋅18문제와 관련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대동정신의 회복’이라고 답했다.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5⋅18민주유공자 지위를 국가유공자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현안 과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동정신의 회복’이라는 말 속에서 황 회장이 5⋅18민주화운동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황 회장은 6월 말이 되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직을 내려놓는다.
<더 팩트>가 5⋅18공법단체를 떠나는 황 회장과 함께 특전사 동지회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5⋅18전야제, 공법단체 내부 회원 갈등 등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5⋅18민주화운동 관련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오월 정신은 대동정신이다. 92년 미국 LA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2011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둘 다 경찰의 강경대응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시민들이 시위에서 변질된 사건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그보다 먼저 민주화운동을 국가폭력으로 제압하려 했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위인데 항쟁 10일 동안 폭동은커녕 시민자치활동으로 평화스러운 시민사회가 확립되었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고 피가 부족하면 앞다퉈 헌혈했으며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똑같이 주먹밥을 같이 먹었고 많이 배웠든 못 배웠든 자기주장을 하면 다 같이 경청하고 토론할 수 있었다. 세계사에서 위대한 혁명이라 하는 프랑스 대혁명보다 더 위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5⋅18문제의 갈등은 편을 나눈다는 것이다. 당시 진압군이었으니 배척하고 내 편을 안 들어주면 멀리하고 내 주장과 다르면 외면한다.
5⋅18민주화운동도 이제 44년이 흘렀다. 현실을 봐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고달픈 삶을 사는 분들이 많다. 이들에게 국가적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특전사 동지회와 껴안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을 먼저 껴안지 못하면 5⋅18문제는 한 발도 나갈 수 없다. 오월정신을 발휘하여 대동으로 화합하는 길을 먼저 열어야 한다
- 특전사동지회 참배 때문에 시민사회와 갈등도 심했는데.
시민사회가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5⋅18민주유공자들의 삶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유공자 자격이라고 하니까 매월 국가보조금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살아있는 것이 괴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4⋅19혁명은 일어난 지 2년 만에 국가유공자가 되었다. 4⋅19 관련자들 중에 자살한 사람이 없다.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은 생활고로 60명 이상이 자살했다. 이 둘의 차이는 명백하게 보인다. 4⋅19 관련자들은 국가유공자로 생활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특전사동지회를 껴안아 하는 문제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유공자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2022년 이용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를 통해 전문위원의 지적사항을 보면 법률이 개정되어도 ‘기존 국가유공자단체와 국민여론 등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공헌과 그에 따른 국가유공자로서의 예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 개정의 무산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떠나서라도 이제는 그들도 일부 군부독재자들에게 속아서 광주로 온 군인들로 바라보고 다 같이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선례로 1999년에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사자가 특전사 11-7-3공수여단을 차례로 방문하여 과거의 아픔을 씻는 화합의 행사를 가졌던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5⋅18공법단체 내 회원들 간 갈등이 심하다.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일부 특정회원이 5⋅18단체를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카르텔을 형성하여 조직을 맘대로 운영하려고 했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제가 그들 카르텔을 부정하니까 갑자기 황 회장이 독단으로 특전사와 함께 대국민 선언한 것과 정율성역사기념공원을 문제 삼아 회장 징계를 해버렸다. 하지만 정관에 의하면 회장은 불신임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징계 대상은 될 수 없다. 또한, 위 두 문제는 황일봉 개인 자격이 아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 자격으로 행한 일이다. 이것을 교묘히 개인자격으로 몰아붙여 회원들을 호도하고 사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무법적 일을 한 것이 갈등의 주된 내용이다.
5⋅18 가짜유공자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위에서 말했던 5⋅18민주유공자를 국가유공자로 포함시켜 매달 보훈급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22년 5월 국회 정무위에 해당 개정법안이 상정되었다.
법률안 통과를 위해 저를 비롯해 5⋅18공법단체 관계자들이 매주 서울로 가서 노력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던 개정법률안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같은 해 11월에 국회 앞에서 있었던 가짜 유공자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2023년 1월에는 5⋅18 바로세우기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는데 여기에 참여했던 분들이 5⋅18당시 상황실장을 했던 박남선을 비롯하여 이충영, 조봉훈 등이 있었다. 이들이 갑자기 가짜 유공자 찾기를 주장하며 전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이 과연 진정으로 5⋅18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것인지를 자문자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문제들을 풀지 않으면 앞으로도 5⋅18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한다.
-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은 어떻게 보는가.
헌법 개정은 무조건 5⋅18정신 원 포인트 개헌으로 가야한다. 원 포인트 개헌이 아니면 헌법 개정의 뜻이 없다고 봐도 된다. 오월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은 현재 정부를 비롯해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있는 문제 아닌가. 그렇다면 개헌의 다른 부분들은 제쳐두고 이 부분만 국회든 대통령실이든 개정발의하고 국민투표까지 하면 된다.
국민투표 이야기가 나와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대동정신이 필요하다. 개헌이 되려면 국민들이 오월정신을 인정해 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월단체들이 포용력을 가지고 특전사동지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 6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지난 3년 간 소회를 말한다면.
우선 5⋅18민주유공자가 국가유공자로 승격하는 데 부당히 노력했지만 내부 문제로 인하여 좌절된 아쉬움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특전사동지회에 관한 것이었는데 회원들은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풀어서 이야기할 줄 모르니까 시민사회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제가 그 문제를 풀고 해결했어야 하는데 능력과 분위기가 그렇게 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두 번째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관한 것으로 이 문제는 회원뿐 아니라 광주 시민들이 국민투표 과정을 폭넓게 이해해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꼭 성사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부탁할 말이 있다. 현재 5⋅18 8차 보상금 신청을 받고 있는데︎ 이번에는 보상금 말고 국가 배상으로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보상금으로 하면 위자료 문제를 개인이 다시 국가에게 소송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강 시장이 이 문제만큼은 국가배상 문제로 해주기를 바란다.
(국가보상금은 적극적 보상, 소극적 보상, 위자료로 되어 있는데 1차에서 7차까지는 위자료를 제외한 두 가지 보상을 받았다. 2021년 5월 헌법재판소는 전원합의 판결로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에서 위자료를 뺀 부분을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위자료를 받을 길은 열렸지만 일괄 적용이 아닌 개인이 각각 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황 회장은 8차 보상금에 대해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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