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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사는 하천은 오염, 꿀벌 떼죽음"…군위 채석장 주민들 뿔났다

  • 전국 | 2024-06-13 11:26

주민들 "업체 뜻대로 채석장 재허가 나면 누가 살 수 있겠나"
군위군 "채석업체, 법적인 문제 없고 과태료 낸 적도 없어"


채석장 하류에서 30분간 잡은 물고기. 피라미와 꺽뚜기 등 3종의 어류가 잡혔지만 대부분 5센티 미만으로 작은 물고기만 볼 수 있었다./대구=김채은 기자
채석장 하류에서 30분간 잡은 물고기. 피라미와 꺽뚜기 등 3종의 어류가 잡혔지만 대부분 5센티 미만으로 작은 물고기만 볼 수 있었다./대구=김채은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물고기는 사라지고 꿀벌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고향을 등지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대구시 군위군 채석장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효령면에서 19년째 채석장을 운영 중인 업체가 사업을 연장하기 위한 허가 절차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부터였다.

최근 이 업체는 2059년까지 사업 연장을 신청했다. 허가가 나면 31년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주민들에게 연장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사업 부지의 확대다.

업체는 43만 854㎡ 규모에 달하는 기존 사업 면적에서 43만 9252㎡를 추가해 총 87만 106㎡ 규모에 달하는 면적을 신청했다. 사업 현장이 인근 마을과 훨씬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이런 사실을 접한 주민들은 "업체 뜻대로 허가가 나면 공사 현장이 집 대문에서 100m 앞까지 들이닥치게 되는데 그런 곳에서 누가 살 수 있겠나"라며 "지금 피해만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양봉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수년째 봄마다 벌통을 확인하면 절망감을 느낀다. 벌의 생존율이 전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혹한에 벌이 죽어 나가는 일이 다반사지만 A 씨의 벌들은 혹한이 아닌데도 발파 진동 등으로 인해 견디지 못해 죽어 나가기에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진동에 민감한 벌이 죽어나면서 꿀 수확량도 갈수록 줄어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냇가에 물고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류 쪽으로는 꽁치 크기만한 물고기들이 눈에 띄는데 채석장 밑으로는 문자 그대로 피라미밖에 없다.

주민들은 "상류 지역에는 지금은 수달이 사는데, 채석장이 넓어지면 수달이 살 수 있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냇가가 아예 사라지면서 수달도 살 곳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채석장 상류에서 잡은 물고기. 반도질을 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15cm가량의 피라미가 잡혔다. 10cm가 넘는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는 데다 하류와는 크기가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또 하류에서는 볼 수 없는 올챙이와 개구리 등이 보여 하류와는 다른 종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채석장 상류에서 잡은 물고기. 반도질을 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15cm가량의 피라미가 잡혔다. 10cm가 넘는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는 데다 하류와는 크기가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또 하류에서는 볼 수 없는 올챙이와 개구리 등이 보여 하류와는 다른 종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더팩트> 취재진이 채석장을 기준으로 상류와 하류를 나눠 30분간 반도를 이용해 물고기를 채집했다. 채석장 아래 하류의 경우 물고기가 10마리 정도 잡혔지만 모두 가운데 손가락에 겨우 미치는 작은 물고기만 잡혔다. 동사리와 피라미, 돌고기, 꺽지였다.

채석장 상류에서는 채집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15cm 정도의 피라미가 잡혔다. 하류에서 본 물고기의 3배가 훨씬 넘었다. 피라미, 돌고기, 꺽지는 물론 개구리와 올챙이까지 있었다. 같은 시간대 비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건 물론, 하류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물고기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채석장 인근 양봉업자의 벌통에는 벌들이 별로 없는 데다 한 통에는 벌들의 상당수가 죽어있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꿀벌의 경우 채석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채석장 인근 양봉업자의 벌통에는 벌들이 별로 없는 데다 한 통에는 벌들의 상당수가 죽어있다.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꿀벌의 경우 채석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1km 바깥, 그것도 능선 너머에서 공사를 해도 이 지경인데, 능선을 무너뜨리고 100m 앞까지 굴착기 삽을 들이미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벌과 물고기가 사라질 뿐 아니라 주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금만 해도 미세먼지 때문에 봄나물을 삶으면 나물에 흙 맛까지 나는 상황인데, 여기서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환경청 집회와 국민청원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생활권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채석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 반론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위군 관계자는 "채석업체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위반 과태료를 낸 적도 없다"며 "업체 측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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