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이해 1980년 당시 주남마을에서 희생됐던 박현숙 열사의 추모비 제막식이 20일 오전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은 유가족을 비롯해 박현숙 열사추모회,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학교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헌정영상 상영, 추모사, 기념사, 유가족 인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박현숙 열사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장례를 돕는 활동을 해오다 23일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사망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현숙 열사의 나이는 18세였다.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광주시내 곳곳에서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시신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관마저 동나버렸다. 때마침 전남 화순군에 ‘관이 있다’는 소식에 열사를 비롯한 시민들은 버스에 올라 화순으로 향했다.
광주를 외부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매복해 있던 계엄군은 박현숙 열사 등이 탑승한 버스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17명의 시민이 희생됐다. 이 사건은 ‘5·18민주화운동 주남마을 광주시민 희생’으로 여러 언론 보도와 영화를 통해 알려졌다.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 오준환 교장은 추모사에서 "추모비에 ‘그날’을 다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박현숙 열사 기념 공간의 존재가 우리 후배들에게는 일상에서 5·18을 배울 수 있는 진정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며 "항상 자랑스러운 박현숙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5·18기념재단 원순석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었던 순간의 연속이었다"며 박 열사의 추모비는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공동체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우 유가족 대표는 인사말에서 "80년 5월 동생에게 과일을 쥐어주며 버스에 오르던 누나를 붙잡지 못한 자책감이 크다"며 "광주의 희생과 정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가족의 책임감이었다"고 망월묘역에서 적어놓았던 글을 낭독했다.
이후 교정에서 진행된 제막식은 박 열사의 학교 후배들이 참배를 이어가며 열사의 뜻과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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