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고 야구부, 참가 신청서 미제출 알고도 참가 강행
사업목적과 다른 시 보조금으로 경비 처리…"예산 편성 지침 어겨"
[더팩트ㅣ경주=최대억 기자] 경주고등학교 야구부가 참가 신청도 하지 않은 채 경북도민체전에 출전했다가 '몰수패'를 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심지어 경주고 야구부는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출전을 강행한 것이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10일부터 경북 구미에서 제62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대회에는 22개 시·군 1만 1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시부 30개, 군부 16개 종목에서 열띤 메달 경쟁을 벌인다.
도민체전에는 경주고 야구부도 경주 선수단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경주고 야구부는 대회 하루 전날(9일) 열린 야구 시범경기에서 몰수패 처분을 당했다. 몰수패는 스포츠에서 경기 규정을 위반한 팀에게 심판 재량으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한쪽 팀의 패배를 선언하는 룰을 말한다.
경주고 야구부가 몰수패를 당한 건 도민체전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서다.
문제는 이러한 경주 선수단의 부적절한 출전 사실을 경주시 체육진흥과에선 개막 이후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당 내용을 취재하는 <더팩트> 취재진에게 되묻기까지 하는 등 시는 관리·감독 의무에 허술함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주고 야구단은 전날 시범경기를 앞두고 경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출전 신청을 하지 않아 경주시체육회로부터 선수당 출전경비 등 별도로 보조금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사업목적과 전혀 다른 학교운동부육성지원금(시 보조금)으로 비용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하자면 대회 참가가 불가능한 선수단을 대회에 참가시켜 불법 전용으로 금전 이득만 챙긴 것이다.
경주고 야구부 감독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학교 행정부장이 지난 3월 대회 출전 신청마감을 놓쳤다. 절차상 문제가 있지만 대회에 참가한 점, 잘못됐고 인정한다. 그래서 몰수패 처리됐다"면서 "학교운동부육성지원으로 경비를 쓴 것도 맞다"고 시인했다.
결국은 경주고가 이번 대회 출전에 결함이 있어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뻔히 알고도 모른 척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주시의회 한순희 운영위원장은 "명백한 불법 예산전용이다. 경주고 야구부의 예산 편성 지침을 어기고 운영비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경주고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 행정 절차 전반에 걸쳐 자료를 확보할 것"이라면서 "행정사무감사에서 경주고 야구부를 비롯해 다른 선수단에 대해서도 불법 전용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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