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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동원·거래처 정보수집'…잡음만 거센 경기도 온라인 이벤트

  • 전국 | 2024-05-03 11:16

공공기관 책임계약 투표 과열…특자도 명칭 공모도 논란만 남겨

경기도가 진행 중인 공공기관 책임계약 평가 온라인 사이트./인터넷 캡처
경기도가 진행 중인 공공기관 책임계약 평가 온라인 사이트./인터넷 캡처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 산하 A공공기관 직원 B씨는 지난달 16일부터 경기도의 ‘책임계약 평가’ 사이트에 접속해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것이 첫 일과다.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 30여 명의 신상정보로 출석도장을 찍듯이 투표 중이다. 평가에서 1등을 하면 특별정원을 늘려준다는 말에 공공기관별로 경쟁이 붙은 때문이다.

1명이 하루 1차례씩, 매일 투표할 수 있는데다 지역·나이·소속기관 등에도 제한이 없어 인력을 총동원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고 한다.

B씨는 3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매일 집계순위가 나오니 윗선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도민의 도정 참여가 아니라 강제동원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책임계약 평가 대상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C기관은 아예 부서별·개인별 목표치를 주고 자체 누리집 회원가입자를 대상으로 참여를 홍보중이다. D기관은 거래처 관계자들의 정보까지 수집했다.

한 공공기관 간부는 "온라인 이벤트로 공공기관을 평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혀를 찼다.

경기도의 온라인 도정참여 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애초부터 치밀하게 설계되지 않으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잡음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6일까지 이어지는 ‘책임계약’ 평가 이벤트는 경기신용보증재단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문화재단 등 ‘책임형 공공기관’ 4곳이 대상이다.

도는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이 기관들과 책임계약을 체결했다. 도민 체감형 사업을 제안하고 도민에게 직접 평가받게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평가는 정작 도민이 아니라 각 기관의 직원과 그들의 가족, 업체 관계자들의 인기투표로 변질된 상태다. 투표결과가 경영평가에 반영되는데다 특별증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걸려 과열된 탓이 크다.

이벤트에는 이날 현재까지 11만 7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3개 기관이 2만 표 안팎을 받아 각축 중이나 1개 기관에 대한 관심은 이들의 10분의 1수준으로 저조하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우리는 반칙하지 않고 당당하게 도민의 평가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는 홍보비 등으로 2000만 원을 넘게 썼다.

지난 1일 경기도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 모습./경기도
지난 1일 경기도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 모습./경기도

온라인 참여정책의 부작용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명칭 공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모에는 전국에서 5만여 명이 참여, 대구에 사는 90대가 제안한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명칭이 지난 1일 최종 선정됐다.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경기도 누리집에는 ‘이념주의에 찌든 종북팔이 명칭으로, 분도 자체를 반대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까지 3만 6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누리꾼들도 ‘경기도에 살지도 않는 사람이 경기북부의 사정도 모르고 낸 이름을 뽑았다', ‘1등 상금이 1000만 원이면 로또 수준이다’, '특정종교와 연관된 이름이다'는 등 비판에 가세했다.

억대 홍보비와 상금 등을 쏟아 부은 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도는 급기야 지난 2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확정된 새 이름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도는 해명자료에서 "대국민 관심 확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최종 명칭은 아니다"면서 "정식 명칭은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 국회 심의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의 이런 설명에 "그럼 도대체 혈세를 들여 명칭을 공모한 이유가 뭐냐"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들은 "의욕적으로 도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경기도와 공공기관 정책 등에 관심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것인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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