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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유치에만 혈안인 경주시…정작 외국인 관광객 관리는 '소홀'

  • 전국 | 2024-05-03 11:12

APEC엔 21억 원 쏟고 아·EU 관광객 유치엔 10억 원 전액 삭감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경주 방문객 0.96%에 그쳐


경주시청 전경./경주시
경주시청 전경./경주시

[더팩트ㅣ경주=최대억 기자] 경북 경주시가 아시아·태평양 각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에는 혈안인 반면, 정작 외국 관광객 유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한국관광공사 통계)을 넘었지만, 경주시의 외국 관광객 비율은 한 자릿수도 넘지 못하는 등 국내 대표 관광도시라는 이름을 무색케한다는 지적이다.

경주시는 최근 APEC 경주 유치를 위해 400페이지(외교부 권장분량 36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유치 지원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하는 등 6월 도시 결정 때까지 전 직원들의 총력 유치를 주문했다.

또 인지도 제고 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보문 꽃탑, 시가지 홍보탑, 버스·택시광고, 전광판, 윈드배너 등 옥외광고와 옥외광고용 타이포 영상 제작, 대시민 홍보전단지 배포, 매체 홍보,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 용역, SNS 손님맞이 캠페인, APEC 회원국인 싱가포르 사무국 방문 등에 시도비 합쳐 21억 4352만여 원(추경 별도)을 지출하고 있다.

반면 올해 해외 관광객 유치를 타깃으로 계획을 세웠던 아시아·유럽 통합마케팅 예산 10억 원이 전액 삭감된 사실은 숨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는 단체 여행객 인센티브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국내 관광객 위주의 정책을 세우고 있고 전반적으로 관광쪽 예산은 축제예산도 일괄 삭감됐기 때문에 해외관광객 유치사업 등 신규사업은 아예 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103만 명으로 전년(320만 명)보다 245.0% 늘었지만, 경주 방문 외국인의 수는 10만 6180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0.96%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앞서 <더팩트>가 지적한 대로 경주시가 자체 통계치보다 5배 과대 포장해 대국민 홍보를 벌인 외부 방문객 수 3592만 9463명(지난해 1~9월)과 비교해도 고작 0.29% 수준이다.(본보 5월 1일자 "경주 관광객 5000만 명 육박? 자치단체 과대 포장"…자체 통계치보다 5배 '뻥튀기')

국가별로는 미국이 1만 3144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1만1648명), 일본(1만953명), 대만( 7780명), 러시아(4669명), 말레이시아(3918명), 독일(3532명), 멕시코(735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별도로 경북문화관광공사가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 및 통계지표로 꼽는 24개 숙박시설·16개 오락문화시설이 들어선 보문관광단지 이용 외국인 관광객 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관광 데이터랩 통계치보다 3만 2000여 명이 더 적은 7만 3606명으로 집계됐다.

경주시가 한국관광공사와 지난해 연간 22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인근지역의 부산시·부산관광공사 사업 관계자들과의 경유코스 논의 등 교류와 협업에 매우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동안 잘못된 관광객 통계에 기반한 경주시의 홍보와 전략이 지역 관광업계 현장에서부터 외면받고 있음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주시는 외국인 방문자가 업무차 또는 타지 경유 방문객이 아닌 실제 경주 관광을 목적으로 한 입국자임을 입증할 통계모델 구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경주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국 대비 초라한 관광객 수일지라도 부풀린 거짓 통계발표보다 객관적 지표를 통해 사후 대비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며 "경주시는 APEC 외국 정상들 유치를 위한 노력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의 장기 체류 숙박 수요에 대응하는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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