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곽용헌 판사 "버릇이 고약하다는 말은 아동학대"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학교 교사에게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대법원에서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 사건에서는 예외가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학교 교사 A 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법원이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 일정 기간 선고를 미뤄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해주는 판결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A 씨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주 씨의 아들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의 해당 발언 내용은 주 씨 부부가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확보한 것이다. A 씨에 대한 교사들의 선처 탄원이 이어지자, 경기도교육청은 직위해제 됐던 A 씨를 지난해 8월 복직시켰다.
곽 판사는 "피해아동은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모친은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CCTV가 있는 어린이집이나 일반 초등학교 교실과는 달리 해당 학급은 CCTV가 없어 녹음 외에는 학대 정황을 확인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아동에게 '버릇이 고약하다'나 '너 싫다'고 표현한 것은 정신건강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발언"이라며 "전문성을 가진 피고가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 학대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에 참석한 주 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을 통해 좀 (특수교사를 고소한 부분에 대한)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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