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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에 사업 불가가 승인으로 변경'…영천시 '꼼수 행정' 적발

  • 전국 | 2024-01-22 10:00

사업 불가 통보 한 달 후 보전산지에 야구장 승인
감사원 정기감사서 확인…영천시 "원상복구 불가"


왼쪽 2014년 땅의 모습, 오른쪽 2023년 땅의 모습./카카오 지도 항공사진
왼쪽 2014년 땅의 모습, 오른쪽 2023년 땅의 모습./카카오 지도 항공사진

[더팩트ㅣ영천=김채은 기자] 경북 영천시 일부 공무원들의 미숙한 행정 처리와 태만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법적으로 허가가 안 되는 보전산지에 대규모 야구장을 부당하게 승인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특히 영천시는 1차 관광농원 사업계획은 승인 불가 통보를 해놓고 1개월이 지난 후 승인 불가 통보한 사업계획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관광농원 사업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 달 만에 법적으로 승인 불가한 사업계획이 승인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더팩트>가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영천시 정기감사 보고서'를 확인해 보니 영천시는 보전산지에 2만 9418㎡(8900평) 규모의 야구장을 만드는 A사의 관광농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A사의 관광농원 사업계획서./감사원 자료
A사의 관광농원 사업계획서./감사원 자료

지난 2020년 10월 승인된 A사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로 지정된 2만 9418㎡의 임야에 영농 체험시설(7961㎥)과 야구장(1만 4365㎥) 등을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보전산지에 체육시설(야구장) 설치는 불가능하지만, 관광농원은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앞서 같은 해 9월 영천시는 해당 부지에 야구장 설치를 주된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이유로 한 차례 사업계획 승인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나 한 달 뒤 A사는 영농 체험시설 면적을 300㎡ 늘리는 것 외에 거의 동일한 사업계획을 다시 제출했고, 영천시가 이를 승인해 줬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 B 씨가 관광농원 사업계획의 주된 목적은 야구장 설치이고 ‘산지관리법’에 따라 보전산지에서 설치가 제한되는 야구장업을 하기 위해 사업자가 관광농원사업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관광농원사업의 주목적인 영농 체험시설 중심이 아닌 야구장이 중심이 된 형태였다. 사업에서 중심이 되어야 하는 영농 체험시설의 부지는 야구장 부지 외을 둘러싸고 있으며 비탈면에 위치해 방문객 접근이 어려운 주객이 전도된 형태였기 때문이다.

또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 평가에서 영농 체험시설(7961㎡) 중 2860㎡가 방문객 출입을 금지할 정도로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실제 영농 체험시설로 이용 가능한 면적은 승인 기준 면적(5884㎡ 이상)에 미달한 5121㎡밖에 되지 않았다.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 47조에 따르면 ‘관광농원사업은 영농 체험시설이 전체 승인 면적의 2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17%에 그친 것이다.

또 건축법상 보전산지는 폭 4m·길이 50m 이하의 진입로를 설치할 수 있지만,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폭 6m·길이 206m로 초과했음에도 영천시가 승인을 하면서 산지전용이 불가능한 입지에 관광농원이 들어섰다. ‘농어촌정비법’에서 관광농원은 ‘농어촌의 자연 자원과 농림수산 생산 기반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하며 야구장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감사원은 관련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청했고, 영천시는 관련 공무원 5명에 대해 견책부터 감봉 사이의 경징계를 내렸다.

또 해당 사안에 대해 영천시는 담당 공무원이 부당 승인을 해줬다 하더라도 시에서 승인을 해준 상황이라서 원상복구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광농원에 들어선 야구장. /영천=김채은 기자
관광농원에 들어선 야구장. /영천=김채은 기자

이에 법적으로 허가가 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전산지에 대규모 야구장이 운영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영천시 농업정책과 담당자는 "도로 진입로 문제가 보완되면 준공 허가를 내어줄 수 있다"며 "인근 주민으로부터 관광농원에 야구장이 들어서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은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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