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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보험사기 예방책의 '역습'…국감서 지적까지

  • 전국 | 2023-10-19 16:18

정당 청구 소비자 피해 사례 늘어나
금감원장 "연내 개정 가이드라인 만들 것"


이 모씨가 금감원에 청구한 민원 내용./독자 제공
이 모씨가 금감원에 청구한 민원 내용./독자 제공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이재환(40대)씨는 지난 3월 갑자기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에 병원을 찾은 이씨에게 양쪽 눈 모두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염증성 백내장 진단이 내려졌다.

진단을 내린 의사는 "젊은 나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의아해하며 수술을 권했다.

그리고 8월 이씨는 상대적으로 상태가 더 심각한 왼쪽 눈을 600만원 가량을 들여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간은 짧았지만 수술 후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도 하루 입원했다.

이후 이씨는 수술비 부담이 컸기에 2007년부터 가입했던 실손 보험사에 문의했다.

보험사는 백내장 수술의 경우 보험금을 청구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씨는 진료 기록지 등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금 청구 후 보험사가 보낸 손해사정인을 만나 수술 배경 등을 설명했다.

정당한 청구라고 여겼기에 행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황망하기만 했다.

보험사는 대법원의 판례를 제시하며 입원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약 100만원의 보험금 부지급 처분을 통지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제시한 판례는 허위 입원을 다룬 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씨는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험 사기 관련 판례를 악용해 정당한 청구권자를 보험 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이전까지는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은 입원 진료비가 인정됐다. 그러나 일부 안과와 사기 조직이 연계해 멀쩡한 눈을 백내장으로 둔갑해 보험금을 타내는 '생내장' 수술이 급증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또 다른 환자의 백내장 검진 자료를 활용해 환자를 속여 백내장 수술을 강행하거나 의료 기록 조작, 실손 보험을 활용해 뒷돈까지 챙겨줘 수술받게 하는 등 사기 수법도 다양해지면서 보험업계의 골칫거리가 됐다.

백내장 사기가 기승을 부린 결과, 지난해 1분기 손해·생명보험협회가 지급했다고 밝힌 백내장 수술 실손 보험금은 무려 457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과잉 수술과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관련 보험금 지급 규정을 강화했다.

이씨는 "보험사의 처분에 납득이 어려워 항의했더니 보험사는 의료자문 동의, 금감원 민원, 소송 등 3가지 방식을 알려줬다"면서 "하지만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정한 자문 병원 리스트는 당연히 보험사에 유리해 이는 면죄부가 된다. 금감원 민원은 2022년 백내장 보험금 분쟁 조정이 접수된 약 4700건 중 절반인 약 2600건만 처리했으며 그것도 인용된 경우는 780건으로 30%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소송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하는 사례가 많지만, 백내장이 많이 발생하는 노인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소송이란 말에 지레 겁을 먹거나 수백만원을 받기 위해 법적 대응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보험사는 이를 노리고 보험금 부지급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백내장 실손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질타가 나왔다.

김희곤 국민의힘(부산 동래구) 의원은 "백내장 관련 민원 건수가 지난해 4874건, 올해 상반기 1084건에 달하고, 의료자문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공정성 담보를 위한 대대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부산 남구을) 의원은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비자를 잠재적 사기꾼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소비자와 국민들의 불편이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누가 보더라도 지급돼야 할 만한 건 우선 지급하자고 정리해서 연내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다. 고령층, 상급병원 진료와 관련해서는 보험금이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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