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사직골 주유 진경 프로젝트’로 마을 활기 불어넣어
주민들에게 자생력 있는 문화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제가 처음으로 그린 그림이 이 골목 계단이에요. 지금도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니는 계단이기도 하고요"
오래된 미래 ‘천년 사직골’ 도시재생문화 사업은 다른 프로젝트에 비교해 봐도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흔히 도시재생문화 사업이라 하면 구도심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벽에 그림을 그리고 낡은 가옥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역으로 선주민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정겨웠던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도시재생문화 사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고치는 것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인 문화를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자발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쪽을 선택한 사업이 ‘천년 사직골 주유 진경 프로젝트’이다.
광주시 남구에 위치한 사직동은 사직공원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는 전형적인 올드타운으로 최근 도심재생사업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있는 근대문화유산 1번지 양림동과 바로 인접해 있다.
양림동과 더불어 근대문화유산이 분포되어 있고 사직공원이 말해 주듯이 녹지가 전반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사직동은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난 5월부터 사직동 마을 예술 아카이빙 북을 만드는 ‘천년 사직골 주유 진경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최근 그 결과물을 전시하고 있다.
천년 사직골 프로젝트는 광주문화재단, 주민자치회, 리더 예술인이 협업을 통해 10회에 걸쳐 사직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 스케치 교육을 했다.
처음에는 5회의 교육을 계획했지만 참여자들의 뜨거운 열의와 호응으로 5회 연장되어 10회의 교육을 마쳤다.
프로젝트 참여작가인 조정태, 임남진 작가는 같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을 지도하는 등 호흡을 같이했다.
사직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층에서 16일부터 열리고 있는 미술 전시회에는 참여작가와 5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마을 주민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마을 주민 고추자(여⋅73)씨의 ‘할머니가 오르내리시던 골목 계단’이라는 작품이다.
광주 토박이인 고씨는 증심사에서 오랜 기간 식당업을 하다가 은퇴 후 마당이 있는 집이 좋아 20년 전에 사직동으로 이주한 주민이다.
공고문을 보고 천년 사직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고씨는 평생 붓을 잡아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본인이 그린 그림이 부끄러웠지만 작가 선생님의 계속된 칭찬에 힘을 얻었다.
고씨는 "이 골목 작품이 처음으로 그린 작품이다. 처음에 골목길은 그림처럼 깨끗한 곳은 아니었다. 재생사업을 하면서 정리가 되고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터전을 내 준 골목 계단이 정겨운 모습 같아서 그리게 되었다" 고 설명했다.
이어 "다들 도시재생사업이라 하면 새로 짓는 아파트나 이런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개발 말고 옛것을 살리면서 마을을 활기 있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조정태 참여작가는 "그림 교육 초기 본인이 그린 그림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마을 사람들이 회가 거듭되고 열의를 보이면서 점차 선생이 없어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는 것을 보았다" 며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것도 마을 주민들의 자생력을 갖게 하면스스로 마을의 분위기와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미래를 보게 되었다" 고 평가했다.
앞으로 광주문화재단은 사직골 도시재생사업의 가능성을 중장년 일자리 사업으로도 연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시회는 사직동 도시재생 현장센터 2층에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 간 하는데 사정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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