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1인당 5명씩 모집 할당량까지 지정
“공무원에게 위법 강요하나?” 공직사회 ‘부글부글’
[더팩트ㅣ나주=김현정 기자] 전남 나주시가 각종 행사에 공무원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면서 공무원 1인당 5명씩 모집 할당량까지 지정했던 것으로 알려져 비난 목소리가 거세다.
1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나주시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면서 10억원의 목표액 달성을 위해 공무원 1인당 5명씩 모집 할당량을 지정하고, 다음달 8일 예정된 MBN 나주 마라톤대회에도 참가 신청을 강요하는 등 각종 행사에 공무원 총동원을 내려 물의를 빚고 있다.
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는 이날 "뭔놈의 마라톤대회까지 강제로 공무원들 참가하라고 하냐"면서 "부서장이 왜 강제 참가하라고 했을까. 부서장들도 위에서 압박받은 거겠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나주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대회에 참여하고 환경정비를 하면 자원봉사 점수를 인정해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나주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면서 올해 기부금 목포액 1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공무원 1인당 5명씩 모집하라는 할당량까지 지정해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노조 자유게시판에 '시장님 공무원에게 법을 어기라고 하면 되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쓴이는 "목포액 10억 정해놓고 협조라는 명분으로 공무원 1인당 5명씩 모금을 강요하고 있다"며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독려 행위가 위법인지 알면서도 공무원에게 위법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성토했다.
해당 글에는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데 왜 강요하느냐", "부서별 실적까지 공개해 모금을 강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정말 어이 없고 화가 난다", "이러니 나주시는 무조건 청렴도 꼴지 예약이다" 등 시의 방침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6조(기부·모금 강요 등의 금지)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고향사랑 기부금의 기부 또는 모금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무원은 그 직원에게 고향사랑 기부금의 기부 또는 모금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유·독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도 나주시는 현재 누적 기부금이 목표액 절반에도 못 미치자 공무원을 총동원하는 등 관련 법을 위반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다수의 공무원들은 "우리가 무슨 봉이냐"며 "고향사랑기부금은 나주시민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만 모금·접수할 수 있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타지역 지인까지 동원해야 하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서별 실적까지 공개하는 것은 실적이 낮은 부서들을 대놓고 압박하는 것 아니냐"며 "자발적 참여가 아니다 보니 고향 사랑 기부에 대한 취지도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누적 기부금액 등은 관련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고, 내년 2월에 금액까지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요구해도 현재 비공개하고 있어 언론에도 나오고 있지 않다"고 했다.
부서별 실적 공개와 할당량 지정에 대해서는 "부서별 실적은 보고용 참고자료로 작성했다가 바로 폐기하기로 한 것이다"면서 "직원들의 오해가 있었고 입장문을 올려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주시 관계자의 해명과 달리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 제9조(고향사랑 기부금 접수ㆍ운용 현황 공개)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 접수현황 등 세부 자료에 대해 일반인의 열람 요청이 있는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자료를 열람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관련법을 근거로 <더팩트>가 누적액 비공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나주시는 입장을 바꿔 결국 기부금 누적액(4억 6576만 3300원)을 공개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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