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의성=김채은 기자] 이상한 일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영만 전 군위군수 등 6명에 대한 선고 재판이 두 번이나 연기됐다.
지난 1월 시작된 재판은 몇번의 심리 절차를 거쳐 5월에 검찰 구형이 있었다. 통상 검찰 구형 이후 1달쯤 뒤에 선고가 나지만 선고 예정일 며칠 전 선고가 연기됐다. 재판부 집중 휴가 기간으로 인해 두 달 뒤인 8월로 미뤄졌다. 드디어 석 달여만에 마라톤 재판의 종지부가 찍히는가 했지만 또 다시 미뤄졌다. 당일 아침에도 재판이 열릴 것으로 공고가 되어 있었기에 재판정을 찾은 군민들도 헛걸음을 해야했다.
여러가지 사정상 미뤄질 수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수반되는 것들이 많아 결과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몇십만원 차이로 오랜기간 동안 각종 활동 등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57조(정치자금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 벌금을 선고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공무담임 등 직위에 취임·임용이 제한된다.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하나 같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토해낸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번복했다.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30년 정치를 하면서 숱한 선거전을 치루었던 김 전 군수가 최후변론에서 "정치자금법을 몰랐다"고 고백한 것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의 충격이었다. 30년 식당을 한 사람이 식품위생법을 몰랐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선고 연기를 두고 지역 사회의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일부이긴 하나 마치 재판부의 선고문을 미리 읽기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될 것이다" "저렇게 될 것이다" 확언하기도 한다. 동조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김 전 군수가 원하는 결과를 얻은 뒤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 예상하며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
정치와 법은 분야만의 절차와 언어, 그리고 규칙이 있다. 그러나 정치든 법이든 지향하는 것은 보편과 상식이다. 현재 김 전 군수 재판에 대한 분위기와 확언들은 누가 봐도 보편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일각에서는 보편과 상식에 위배되는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워낙 확신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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