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초등생 조문도 ‘형식상’
[더팩트 I 울릉=김은경 기자] 경북 울릉군이 운영하는 수심 37cm의 해수풀장에서 발생한 초등생 익사 사고와 관련, 울릉군의 허술한 행정이 만든 ‘인재’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또 울릉군이 숨진 초등생의 장례식장에 보낸 조문단 구성도 도의를 저버린 안일한 행정의 연장선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오전 11시 4분쯤 울릉군 북면 현포리의 해수풀장에서 초등학교 6학년 A군(13·인천)이 풀장 안 순환구에 팔꿈치가 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해당 물놀이시설은 총 사업비 6억 2000여만 원을 들여 지난 2015년 12월 준공, 군은 순환 근무에 따른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2년마다 관련법에 따라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설 안전검사를 받아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순환구 거름망은 설계에서부터 없었고, 사고 당시 안전관리자나 책임자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체적 부실 검사·관리에 무게가 실린다.
게다가 사고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목된 울릉군이 조문 과정에서 업무와 무관한 환경위생과장(5급 사무관) 등 2명을 인천의 장례식장으로 보낸 것으로 밝혀져 인간의 기본적 도리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조문이 대내외 일정상 어렵다면 최소한 기획감사실장(4급 서기관)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구성해 장례가 치러진 인천으로 보냈어야 한다는 게 지역의 중론이다.
특히 울릉군 행정은 그간 ‘안전사고 수칙·대응 매뉴얼’ 조차 없었고, 인근 영덕군 등 다수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공무원 등의 직무관련 사건에 대한 소송비용 지원 조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한 퇴직 공무원은 "군수와 부군수가 책임지기보다는 그 역할을 다했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100만 관광객 유치만 떠들지 말고 안타까운 사고를 통감하는 기본적 자세를 보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감리사 K씨는 "사고 현장은 100mm가 넘는 취수구에 이물질이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거름망이 없었고, 출입을 금하는 잠금장치도 없다"며 "설계부터 시공, 감리, 유지관리 등 사업 운영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이 의심되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울릉군 관계자는 "국가 행사인 섬의날(8월5일 취소) 행사 준비 관계로 환경위생과장 등 2명을 인천으로 보내 조문을 했다"며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안전사고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대대적 정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일 울릉군청 해양수산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해수풀장 설계 및 운영 관련 자료와 업무용 컴퓨터 등을 확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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