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겪을 내면적 고통 명징한 언어로 형상화…제16회 '한국문학백년상' 수상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전남 화순 출신으로 '율치연대기' '대필 작가' 등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김신운 작가가 오랜 칩거의 시간을 깨고 신작 장편 '구름 관찰자'를 펴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이번 작품으로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문학백년상'을 수상해 문단의 화제가 되고 있다. 수상식은 지난 28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서울 목동)에서 열렸다.
'구름 관찰자'는 젊은 시절 방황과 편력의 이야기를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군복무, 대학 재학 중에도 주인공 명준 곁에 영혼의 동반자처럼 함께 했던 문학, 그리고 그 문학의 단초가 된 구름을 알려준 윤서희의 그림자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군대를 선택한 명준이 공군병으로 군에서 겪은 일은 그의 삶에 중요한 전기를 만들어 준다. 이후 뒤늦게 진학한 신학대학에서의 생활과 이혼한 후 요양원에서 죽어간 어머니와 지방 도시의 시장으로 복무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정확하고도 명징한 언어로 묘사해 시종일관 강렬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소설의 주인공 명준을 구름 관찰자로 명명한 작가는 원숙한 세계관과 순수한 문학성으로 이야기를 견고하게 조직하고, 그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정교한 소설적 요소와 이음매로 짜임새 있게 엮어가고 있다. 간결하게 절제된 문장과 서정적 이미지와 지적 세련이 작품의 중심 이야기와 적절히 조응하여 인물들의 상황과 정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묘사와 서술의 특징은 '구름 관찰자'가 장편이면서도 단편보다 더 단단한 문학적 외피가 덮인 예술성을 확보해준다. 그 결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깊이 있게 나타내 보이고, 연륜이 느껴지는 관조적 시선은 삶의 다양한 지점들을 조망하여 노년기의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하고 원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구름 관찰자'에서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주인공 명준이 제기하고 보여주는 공명과 감응력의 깊이다.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인 그가 인물들을 만나면서 겪는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단편적이고 사소한 그들의 표정 및 몸짓과 같은 묘사와 정연하고도 차분한 서술을 통해 젊은 시절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내면적 고통과 대면하는 한 개인을 독자들과 심연에서 만나게 한다.
올해 여든이 된 작가는 이번 소설이 가슴속에 새겨둔 오래된 주제이건만 문학 속에서 방황한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의 결실임을 고백한다.
작가는 "문학소년 시절부터, 나는 그것을 한 편의 성장소설로 쓰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헤매 돌아다니다가 좋은 시절을 다 허송해버렸다"며 "(그러므로) 이 소설은 아직도 젊은 시절의 방황과 편력의 이야기에 사로잡힌 '여든 살에 그린 나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김신운 작가는 197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이후 장편소설 '땅끝에서 며칠을' '청동조서' '율치연대기' '대필 작가' '소설가 구보 씨의 초대', 소설선집 '귀향' 등을 발표하고 제6회 광주문학상(1984년), 제4회 한국소설작가상(2014년)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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