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팔고‧예비 신랑 신부 축의금 내놓고…1주일 만에 2억 돌파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103세 이춘식 어르신, 95세 양금덕 할머니의 민족혼을 기리기 위해서 (아코디언을) 팔 수밖에 없었어요. 희생자인 아버님과 당숙께서 하늘에서 박수를 보내 주셨습니다."
연극인 이지현(70)씨는 최근 아끼던 아코디언을 내다 팔아 모금운동에 기부한 사연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이자 공연을 통해 재능기부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이기도 하다. 부친 이기동씨는 1943년 오사카의 한 조선소로 동원돼 모진 고역을 겪고 해방 후 귀국했다. 당숙 또한 일본에 강제동원돼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가 1970년대 사망했다.
이씨는 "양금덕 할머니가 지금까지 버텨 온 정신을 보니 내 피라도 팔아서 모금에 참여해야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았다"며 "급히 내놓다 보니 제값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소위 제3자 변제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에 시민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역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6일 낮 12시 기준 누적 모금액은 2억 354만7099원, 모금 건수는 2781건에 이른다.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으로 모금운동이 시작된 지 1주일여 만이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각별한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8일 결혼식을 갖는 유청춘(26)씨와 정윤희(25)씨는 지난 5일 100만원을 기부했다. 두 사람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 중앙대학교 지부 활동을 하다 커플이 됐다.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레지던트로 있는 유씨는 "이번 주 토요일 결혼식인데,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뜻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는데, 신부를 만난 것도 평화나비 활동을 통해 만난 인연도 있고 여러 가지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흔쾌히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을 하는 한 회사 대표는 아파트 632세대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것 의미를 담아 역사정의 실현에 뜻을 모으고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632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홈페이지에는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의 다양한 사연이 올라왔다.
이정현씨는 "초중고를 다니는 자녀들에게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위해 아직 버티며 싸우고 계신 4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분들을 응원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함께 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3명 모두 용돈을 내어 선뜻 동참해 주었다"며 "일본에 사죄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우리 정부는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고 글을 남겼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투쟁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모금은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판결금’을 거부하고 4명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원되며, ‘기부금품법’에 따라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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