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식 가람 배치·1탑 3금당 형식 추정의 불전 공간 확인
송나라 동전 '황송통보'·왕실 사찰 입증할 '청동소탑' 수습
[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천안 천흥사지에서 고려 초기 호서지역 최대 규모의 왕실 사찰임을 입증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
14일 천안시는 성거읍 천흥리 천흥사지 발굴조사 현장에서 문화재청, 충청남도,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3차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조사 결과 석탑 후면에 가구식 기단으로 구성된 건물 3동이 나란히 있고, 천흥사의 역사 구성이 1탑 3금당 형식으로 추정되는 불전 공간이 확인됐다.
추정 금당지(9호 건물지)는 석재를 정교하게 다듬어 건물의 장식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북쪽으로 별도의 사역 공간(10~12호 건물지)이 구역별로 구분되는 다원식(多院式)의 가람 배치를 보여줬다. 건물지 중 평면 형태 '정(丁)'자 구조의 대형 건물지와 석등의 적심시설, 천흥사지의 사역 확장과 구역을 구분할 수 있는 석축시설 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려 초 창건해 사역이 확장됐던 다원식 가람 배치가 확인됨에 따라 고려 초기 호서지역 최대 규모의 왕실 사찰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건물 구조뿐 아니라 왕실 사찰임을 뒷받침하는 다른 유물도 쏟아져 나왔다.
출토된 유물로는 '천흥(天興)', '천흥사(天興寺)', '천흥사 삼보(天興寺 三寶)', '대목악군(大木岳郡)' 등 천흥사 지명과 관련된 한자가 새겨진 기와를 비롯해 바닥에 '천흥사 우(天興寺 右)'라는 글씨가 새겨진 청동 접시, 송나라 동전인 '황송통보(皇宋通寶)', 청동소탑 등이 수습됐다.
특히 청동소탑의 경우 고려 왕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주는 유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3차 발굴조사가 집중됐던 천흥사지 오층석탑 북동쪽 주변에 고려~조선 시대에 이르는 12동의 건물지와 통일신라 시대 담장열, 석축시설, 배수시설, 소성시설 등 다양한 유구도 확인됐다.
3번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20여동의 건물지가 확인되고, 발굴조사가 5분의 1도 진행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호서지역 사찰 건물지 유적 중 최대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천흥사지가 고려 초기 왕실 사찰의 면모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조사 연구와 유적 정비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안 천흥사지는 고려시대 창건돼 조선시대 폐사된 천안지역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현재는 주변에 오층석탑(보물 제354호)과 당간지주(보물 제99호)가 남아 있다.
천안시는 2019~2021년 2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건물지와 회랑지, 천흥사지 오층석탑의 원위치와 천흥(天興) 명문 기와 등을 확인한 바 있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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