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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선생님 꼭 혼내줘요", 15살에 생을 마감한 딸의 마지막 부탁

  • 전국 | 2023-06-14 08:42

"너무 힘들었고 내 말을 안 믿어줘서 미웠다" 유서 남겨

포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이 남긴 유서/ 유족
포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이 남긴 유서/ 유족

[더팩트ㅣ포항=김채은 기자] 경북 포항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여중생이 교사로부터 정신적 학대를 받아왔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지난 9일 포항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교 2학년 A양(14)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서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게 된 이유와 정서적 가해를 한 교사 2명에 대한 엄벌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유족은 장례식 등에 참석한 A양의 동급생들로부터 A양이 학생주임교사와 담임교사로부터 심한 정서적 학대를 받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주임교사는 A양의 치마 단이 짧다는 이유로 수차례 벌점을 부과했다. A양은 치마를 임의로 수선한 적이 없고, 치마가 더 짧은 친구들이 있음에도 자신에게만 벌점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토로했다.

A양의 어머니는 하루 만에 치마 단을 늘리긴 어렵다고 판단해 교사에게 여름방학까지 유예기간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지만 교사는 "여분 교복을 보낼 테니 알아서 하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학교 학칙에 따른 치마 단 길이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의 복장규정에 치마 단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없다./해당 학교 학생생활규정 갈무리
해당 학교의 복장규정에 치마 단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없다./해당 학교 학생생활규정 갈무리

통화로 면담이 진행된 뒤부터는 A양의 주변 친구들도 느낄 만큼 냉대가 시작됐고, 다른 선생님들마저도 ‘말썽꾼’으로 낙인을 찍었다.

지난 9일 아침에는 같은 반 학생의 책상 위에 이물질을 감싼 휴지가 올려져 있는 사건이 발생했고, 담임교사는 A양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교무실에 불려간 A양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진술서를 적으라는 압박을 받았다.

A양은 하교 시간 자신의 친구들에게 "도저히 못 참겠으니 이젠 진짜 뛰어내려야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이 스트레스로 인해 삶을 마감한 것이 너무 허망하고, 슬픔을 누를 길 없다"며 "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두 선생이 최소한 교사직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항교육청 관계자는 "A양의 담임교사와 같은 학년 학생 절반 이상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등 후속조치를 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는 유족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을 대비해 법률 지원도 안내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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