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 재판 오는 13일 창원지방법원서 열려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 2009년, 1명을 살해하고 2명을 살해하려 한 정 씨.
"아저씨 알코올 중독자시네, 영양제 한달 정도 주기적으로 맞으면 괜찮을 거에요."
2009년 11월 27일 오후 1시경 경남 창원시 소재 한 가정집의 큰 방에서 영양제 주사를 놓기 위해 물품을 정리하던 하 모(여, 당시 46세)씨가 정 모(68)씨의 발갛게 달아오른 콧잔등과 집에 쌓인 술병들을 보고 유추해 한 말이다.
하 씨는 그저 영양제 주사를 주기적으로 판매 하기 위해 호객 행위삼아 한 말이었다. 하지만 정 씨의 귀에는 "알코올 중독자네"라는 말이 자신을 무시하는 말로 들렸다.
정 씨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은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 씨는 욕실로가 수건걸이에 걸려 있던 샤워용 타월을 가지고 하 씨의 뒤로 몰래 걸어갔다. 그리고 타월을 링거주사 수액을 준비하던 하 씨의 목에 휘감았다.
정 씨는 "니가 지금 나를 보고 중독자라고 했냐! 나 무시하냐"라고 소리쳤다. 결국 하 씨는 5분 동안이나 샤워용 타월에 목이 졸려 숨지고 말았다.
하 씨를 살해한 뒤 다음날 정 씨는 예전에 동거생활을 하던 조 모(여, 당시 49세)씨를 창원의 한 주점에서 만났다.
정 씨는 자신이 교도소에 있을 때 영치금을 조 씨에게 보내줬는데 이를 조 씨가 모두 탕진했다며 화를 냈다. 하지만 조 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정 씨는 조 씨에게 집에 가서 영치금 영수증을 확인해 보자며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다. 그 때 시각이 28일 새벽 4시 30분경이었다.
조 씨는 "니가 언제 내한테 돈을 줬노, 인생을 그렇게 살지마라"고 분통을 토했다. 정 씨는 또 다시 "저게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조 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야이 XXX아, 죽어라!"
조 씨의 목에 걸려 있던 스카프는 어느새 흉기가 되어 조 씨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숨이 막힌 조 씨는 '쾍쾍'하고 소리를 냈다. 조 씨가 잠시 기절해 버리자 이를 본 정 씨는 조 씨가 죽었다고 생각해 집 밖으로 나왔다.
정 씨는 그 길로 노래주점을 향했다. 술로 목을 축인 정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인 임(남, 당시 46세)씨를 불러 내 함께 술을 마셨다.
임 씨는 "형님, 내가 다시 도박판을 할 건데 형님 술 취하면 오지 마세요", 정 씨는 화가 났다. 미리 들고 있던 흉기로 임 씨의 목 부위를 힘껏 찔렀다. 다만 임 씨가 그 즉시 도주해 살인미수에 그쳤다.
이후 정 씨는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고, 재판부는 정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하여는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이 알코올 의존 및 기질성 인격장애 증상을 앓고 있어 그 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정 씨는 교도소가 익숙했다. 이전에도 살인, 살인미수 등 전력만 25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2년 정 씨가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다.
◇ 2023년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살해하려 한 정 씨.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받고 교도소에 있다 출소한 정 씨는 한 여인을 만났다. 그 여인과 5개월째 동거 중이었다. 여전히 정 씨는 술이 좋았다. 2023년 2월 27일 오후 5시 25분쯤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집에서 40대 동거녀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얼큰하게 취한 정 씨의 머리 속에는 또 다시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거품처럼 점점 차올랐다.
정 씨는 동거녀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조금 뒤 집을 찾은 동거녀의 딸이 현장을 보았고, 정 씨는 동거녀의 딸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해 흉기를 휘둘렀다 미수에 그친 채 경찰에 붙잡혔다.
정 씨는 현재 또 다시 저지른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씨의 재판은 오는 13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 씨는 연쇄살인범 수준이다. 성인이 된 이후 사회에서 산 기간보다 교도소 안에서 산 기간이 더 긴 사람 같은데 그런 사람은 출소 하자마자 재범한다"라며 "세상을 살려면 기술이 필요한데 이 사람은 단순히 분노 조절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기술이 없는 사람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정 씨는 여자들에게 접근해 파트너를 의지하고 살다가 파트너 살인을 저지르는 것 같다"면서 "정 씨의 범행이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가 파트너 살인에 대해 중요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 풍토때문"이라고 덧붙였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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