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여부 결정' 여론과 동떨어진 경찰
오윤성 교수, "신상공개 제도 간단명료해야"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처음에 신상공개 청원을 넣었지만 가해자가 피고인 신분이어서 경찰에 (공개) 권한이 없다고 했다. 검찰에도 청원을 넣었지만 2심 진행 중이라 안 됐다. 가해자가 더 민망하라고, 조금이라도 벌을 더 받으라고 공개 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안 당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근 '돌려차기' 사건의 피의자 신상이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도 살인을 저지르고 복역 후 출소해 다시 살인 등을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강력범죄자 A(68)씨가 있다.
A씨는 지난 2004년 살인미수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2009년 1명을 살인하고 2명을 더 살해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쳐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2022년 출소했다.
이후 A씨는 올해 2월 27일 5개월간 동거한 여성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딸까지 흉기로 위협해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럼에도 A씨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해당 사건 담당 경찰은 "강력범죄라고 해서 신상공개를 다 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신상공개를 한다고 하는 것은 예를 들면 묻지마 폭행이라든지 피해자가 전혀 당할 이유가 없는데 너무너무 억울한 경우 같은 것으로, 국민이 알기를 원한다든지 특정한 사람들이 봤을 때 경악할 만한 그런 사안들이 보통 신상공개 요건에 해당하는 사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건의 경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신상공개 신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이 같은 설명은 최근 정유정 사건으로 불거진 신상공개 여론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시민 김 모(31)씨는 "꼭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메스컴을 타야만 신상공개를 하는 것 같다"면서 "신상공개는 흉악범의 정보를 일반인들이 알게 해 유사 범행을 예방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낳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닌가. 그런데 경찰은 언론의 이슈에만 기대 신상공개 제도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2010년부터 시행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등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피의자의 신상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경남 지역에서 신상공개 된 강력범죄자는 2017년 창원 골프연습장납치 살인사건 심천우, 강정임과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및 흉기 난동 살인 사건 안인득이 있다.
그러나 경남에서 일어난 강력 범죄 중 신상공개가 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2020년 11월 양산 동거녀 살인 사건과 2020년 12월 성탄절 응급구조사 폭행, 방치 살인 사건이 있다.
특히 양산 동거녀 살인 사건은 지난 2020년 11월 23~25일뜸 경남 양산의 한 주거지에서 A(61)씨가 사실혼 관계인 동거녀가 잔소리를 한 것에 화가 나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토막 내 유기한 후 사체에 불을 지르기까지 한 사건이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공개가 잘 안되는 것은 심의위원회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해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신상공개 제도는 조금 더 간단명료하게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살인을 저지르면 무조건 공개한다'라든가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여론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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