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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사건] "건방지다"…고등학교 선배 10명, 신입생 1명 90분 동안 '집단폭행'

  • 전국 | 2023-03-26 08:28

사건 발생 10일 만에 전수조사 나선 경남도교육청 '늑장 대응' 지적도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배 10명이 신입생 1명을 90분 동안 집단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픽사베이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배 10명이 신입생 1명을 90분 동안 집단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픽사베이

<더팩트>는 최근 일어난 법정 선고의 판결문 등을 토대로 다양한 사건·사고의 뒷얘기를 더 심도있고 생동감 있게 전달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더팩트ㅣ경남=강보금 기자] 지난 13일 밤 경남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 102호실. 신입생 A 군은 2학년 5명, 3학년 5명 총 10명의 선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선배들은 심지어 2층 침대 매트리스 밑 프레임을 뽑아 A 군을 마구 때렸다. A 군이 맞은 이유는 건방지다거나 싸가지가 없다는 이유였다. 가슴을 집중적으로 맞을 때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제발 다른 곳으로 때려 주면 안되나요"라고 애원까지 했다.

폭행은 이날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12시 30분, 총 90분 동안 이어졌다. A 군은 온 몸에 전치 3주 상당의 부상을 입었다. 폭행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선배들은 A 군에게 "얘기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맞은 거 누구에게 표시내지 마라"며 협박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학교 생활을 한 뒤 지난 18일 집으로 돌아간 A 군의 어머니가 아들의 몸에 피멍이 든 흔적을 보고나서야 이 사건은 수면위로 올라 왔다.

입학한지 10여 일 밖에 지나지 않은 신입생의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청과 경찰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해당 사건 처리를 두고 경남도교육청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경남도교육청은 집단폭행이 발생한지 7일이 지나서야 사태 수습에 나섰다. 사건 자체도 지난 20일 오전 7시 45분쯤 A 군 부모의 신고를 받고서야 인지했다. 학교 측은 같은날 오후 2시쯤 산청교육지원청에 유선 보고를 했다. 사건을 인지한 이날 산청교육지원청의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하루 지난 21일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사안조사와 현장점검, 컨설팅을 급하게 진행했다. 또 하루가 지난 22일이 돼서야 A 군에게 심리상담과 가해 학생에게 접촉 금지와 출석 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결국 집단 폭행 발생한지 9일이 지나서야 피해학생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뤄진 것인데, '신속한 조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배경이다.

피해학생은 선배 10명에 구타당해 전치 3주 상당의 부상을 입었다./피해학생 학부모
피해학생은 선배 10명에 구타당해 전치 3주 상당의 부상을 입었다./피해학생 학부모

이뿐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10일만이자, 사건을 인지한지 3일이 지난 23일 경남도교육청은 '사건 발생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2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만 했고 확인과정이 필요하다. 아직 전수조사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가해학생 수사가 아직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연동해서 경찰과 공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25일 "전수조사의 목적이 나머지 아이들의 피해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를 신속하게 막기 위해 하는 이유도 있는데, 그것을 언론에는 알리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다"며 "아마 전수조사에서 생각보다 많은 피해자가 나왔기 때문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이렇게 계속해서 학교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경남도교육청의 학교폭력 관련 방안을 전면 재검토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사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피해자나 가해자가 있을 수 있는데, 교육청이 원론적인 답변만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고 지적했다.

산청경찰서는 피해 학생인 A 군을 시작으로 가해 학생 10명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 이어 특수상해 혐의로 가해 학생들을 입건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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