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방식은 고려·조선때 전통방식 계승, ‘민속주 인증’…표기방식은 전통 잊고, 돌연 ‘일본식’
[더팩트 I 안동=김은경 기자] 지난달 25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스코틀랜드를 찾아 경북지역 전통주 사업의 세계화 전략으로 ‘안동소주’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물 건너 세계무대에 오른 ‘안동소주(安東燒酎)’의 한자 표기는 일본식 표기로 드러났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의 세계시장 진출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고통인 일제 잔재 중 일본식 표기, 세계 무대에 선보인 기쁨보다 뼈아픈 역사적 고통이 밀려온다.
안동의 소주는 1916년 일제의 새로운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가양주 제조금지 정책과 근대적 공장제 생산체계의 시작으로 ‘안동소주(安東燒酎)’라는 명칭을 강제 부여받고, 안동 전통음식 중 가장 먼저 상품화되었다.
소주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 공문서 기록은 '고려사'에 "사람들이 검소할 줄 모르고 소주(燒酒)나 비단 또는 금이나 옥그릇에 재산을 탕진하니 앞으로 일체 금한다"고 한 문장이다.
조사결과 현존하는 우리나라 고전 중 우리의 ‘소주(燒酒)’를 ‘소주(燒酎)’로 기록한 곳은 단 1곳도 없다.
그러나 안동소주 관계자는 지역 언론에서 "옛날 고유의 전통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3번 빚은 술’, ‘전국술(군물을 타지 않은 진국의 술)’이라는 뜻으로 ‘燒酒’가 아닌 ‘燒酎’를 쓴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오래된 음식 조리서로 알려진 '수운잡방(需雲雜方)'(안동 지방의 121가지 조리법 기록)에는 양조 방법으로 주류를 분류, 안동소주와 같은 전통 제조법의 술을 ‘진맥소주(眞麥燒酒)’라 했다.
또 소주의 역사와 유래로 알려진 퇴계 이황 선생 문집의 농암선생 행장에도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 했고,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한국문집총간' 등 기타 고전에도 모두 ‘燒酒’로 기록돼 있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경찰로 근무한 이마무라 도모(今村鞆)의 저서 '조선풍속집(朝鮮風俗集)'에 한국의 주막(酒幕)을 설명하며 "대개 술은 탁주(濁酒)이지만 드물게는 소주(燒酒), 약주(藥酒)를 양조하기도 한다"며 일본인조차도 한국의 소주를 일본식 표기 ‘燒酎’가 아닌 ‘燒酒’로 명시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제공하는 고전 원문 중 ‘燒酎’로 검색되는 것은 단 1건으로, 1893년 오횡묵이 세계지리서로 저술한 '여재촬요(與載撮要)'에 구라파주범십구국(歐羅巴洲凡十九國)·서반아(西班牙)를 기록하며 "주류는 소주(燒酎)이다"고 한 것이다. 분명 우리의 소주(燒酒)와 구분해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동소주의 주조방식은 고려·조선의 전통방식으로 계승해 ‘민속주 인증’을 받았지만, 표기방식은 전통방식을 따르지 않고 돌연 ‘일본식’으로 바뀐 셈이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 2021년부터 지명정비 사업을 통해 일본식 지명정비, 도시화로 사라진 지명 폐지 등 일본식 표기를 우리것으로 바로잡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여전한 일본식 표기 ‘안동소주(安東燒酎)’의 사용은 경북도의 정책과 모순된다.
삼일절이 올해로 제104주년이다. 안동출신 독립운동가들이 일제 잔재인 일본식 용어와 표현을 그대로 후손들이 쓰라고 자신들을 희생하진 않았으리라.
독립운동의 성지를 내세우는 안동의 전통주 안동소주가 당당히 세계시장에 나서도록, 경북도와 안동시, 안동소주제조업체가 적극 협력해 한국 전통표기 ‘안동소주(安東燒酒)’로 바로잡길 기대한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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