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신고·상담 대폭 증가
[더팩트ㅣ부산=김신은·조탁만 기자] 최근 부산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한 여성을 찾아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40대 남성 A씨가 스토킹처벌법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A씨는 여성 B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1월 부산에서 자신과 수년간 내연관계를 이어오던 여성이 만남을 거부하자 여성의 집에 침입해 폭력을 행사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은 남성이 스토킹처벌법 현행범으로 검거된 후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부산에서 헤어진 옛 연인을 찾아가 집에 가지 못하게 하는 등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킨 남성 A씨가 스토킹처벌법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A씨는 데이트폭력 등 신고 이력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스토킹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다.
30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1년간(2020년 10월 21일~2021년 10월 20일) 부산에서 스토킹 관련 신고는 279건이었지만, 시행 이후(2021년 10월 21일~2022년 10월 20일) 신고는 1460건으로 1181건 늘었다.
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부산에서 하루 평균 스토킹 관련 신고는 4건으로 집계됐다.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접수된 부산지역 스토킹 관련 폭력 피해 상담도 2020년 47건에서 올해 32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스토킹 범죄가 추가 범행이나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20대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전주환은 역무원 A씨를 상대로 수년간 불법 촬영 및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앞둔 상태였으며,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보복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스토커 김태현은 지난해 3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가 자신의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퀵서비스 배달 기사로 위장해 A씨 자택에 침입, A씨와 어머니, 여동생을 살해했다.
실제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1년간 부산지역 스토킹 재범은 26명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에 대한 올바른 통념과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모호한 처벌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스토킹의 행위 범위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주거 또는 그 부근에 놓여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료 '스토킹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보면 스토킹 피해자들은 문제를 개인화하고 소극적이거나, 개인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은 범죄가 아니다 △스토킹은 괴롭힘과 같은 것이다 △스토커가 위협하지 않았다면 위험하지 않다 △사귀는 사이라면 스토킹이 아니다 △스토커는 이별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토커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등으로 스토킹을 일종의 애정 표현으로 보거나 사소화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사례도 제도적 한계로 지적됐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1년간 스토킹 범죄 형사 입건 사례는 521건, 구속된 피의자는 15명으로 확인됐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스토킹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처벌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스토킹 범죄가 발생했을 때를 중심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스토킹만으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고 추가 범죄가 더해지면 기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스토킹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스토킹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이종환 의원(강서1·국민의힘)은 부산시 차원의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 및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 스토킹 범죄 예방 및 피해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등을 보호 및 지원하는 데 필요한 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하는 시장의 책무와 지원 근거를 규정했다.
또 스토킹 실태 파악과 정책 수립을 위해 3년마다 스토킹 실태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근거를 명시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특집으로 낸 '스토킹 범죄 대응 현황과 과제' 자료는 가해자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스토킹처벌법이 지속되고 반복되는 스토킹 피해 발생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거둬들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스토킹 범죄 대응 시스템을 보완하고 실효적인 피해자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lsdms77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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